[재미있는 전자상식] 머시드

70년대 초반 8008시리즈를 내놓은 이래 세계 반도체시장은 미국 인텔이 주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텔은 기술력은 물론 뛰어난 마케팅력을 기반으로 시장을 압도해왔다. 컴퓨터에 있어 마이크로프로세서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는 하지만 286, 386, 486, 펜티엄으로 이어지는 인텔의 제품들이 곧바로 컴퓨터를 평가하는 기준이 돼왔다.

소비자들이 멀티미디어시대의 개막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떠있을 때 인텔은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MMX를 내놓았고, 내년에는 바야흐로 64비트시대에 맞는 64비트 프로세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4비트 명령어 세트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IA64」라고 불리는 이 계획에 기반한 인텔의 첫 번째 제품이 바로 「메르세드」다. 메르세드는 RISC나 CISC와는 다른 EPIC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EPIC은 병렬처리와 예측실행 성능이 탁월하다. 기존 아키텍처가 순차적 실행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반면 EPIC은 병렬 연산처리가 가능, 소프트웨어와 프로세서간 명시적으로 인터페이스가 이뤄진다. 예컨대 고객이 은행에 들어섰을 때 예금을 하고자 하는지, 대출을 하고자 하는지를 창구 직원이 미리 알고 있다면 고객의 대기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한 여러가지 업무를 처리하고자 할 경우 업무마다의 기다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고객들이 은행에 머무르는 시간은 크게 줄어든다.

이처럼 메르세드는 처리속도가 매우 빠르다.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현재까지 나온 인텔의 제품 가운데 처리속도가 가장 빠른 펜티엄Ⅱ가 7백50만개의 트랜지스터로 3백㎒까지 지원할 수 있는 데 반해 메르세드는 3억개의 트랜지스터가 9백㎒까지 지원할 수 있다.

메르세드를 통해 인텔은 고급 서버 및 워크스테이션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향후 이들 시장이 증가할 경우 경쟁업체인 디지털 이퀴프먼트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가 늘어나는 서버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란 계산이다.

어쨌든 메르세드는 64비트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전조가 될 것은 분명하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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