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정보화와 데이터베이스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 기획관리부장 金泰中

모두들 앞으로 다가오는 21세기를 정보화 사회라고 한다. 또 정보화에서 가장 핵심분야는 필요로 하는 정보를 찾아보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이터베이스가 맡게 될 것이라고 쉽게 답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는 데이터베이스를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정보화 사회를 위한 준비는 어느 정도인지 의문을 던질 수 있다.

최근 조사한 바에 의하면 국내에서 제작돼 유통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는 약 2천4백90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 숫자는 지난해 1천6백16개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일본의 경우 아직 지난 96년 이후의 데이터를 얻지를 못해 국내와 정확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일본내에서 제작된 데이터베이스는 지난 94년에 1천48개, 95년에는 1천1백24개로 조사되었음을 감안할 때 97년 말까지 많아도 2천개를 넘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간단한 수치만 보면 분명 정보화 사회에서는 우리가 일본보다 크게 앞설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상태가 유지된다면 결코 앞설 수 없다. 문제는 데이터베이스의 수에 있지 않고, 담겨져 있는 정보의 내용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데이터베이스 산업의 매출액면에서 우리는 일본의 1/20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사용료를 기꺼이 지불하면서 볼만한 정보가 과연 얼마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가 조사한 정보이용 실태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 제작, 유통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이용자의 가장 큰 불만은 정보내용의 불충분이다. 반면 외국 데이터베이스에 대해서는 정보의 내용에 관한 불만은 적고 사용료가 비싸다는 것이 가장 큰 불만족 사항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역사가 짧으므로 어느 정도 이러한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충실한 정보가 축적되면 해결될 것으로 본다.

21세기 정보가 기본재산이 되는 사회가 멀지 않다. 유용한 정보가 많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는 시간, 많은 정보를 축적하는 시간을 최소한 단축해야 한다. 보다 많은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정확한 정보는 사회의 불안정성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의 엔트로피를 낮춰주는 기능이 요즈음과 같은 국내의 여건에서 그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흔히 우리 나라 사람들의 정보이용 행태로 인해 데이터베이스 산업이 발전하기 어렵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난 96년에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센터가 약 1천5백여명의 PC통신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보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8.7%, 「필요한 정보라면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 68.8%, 「필요한 정보도 비용이 적을 경우만 지불하겠다」 22.7%, 「지불할 의사가 없다」 1.8% 등이어서 대부분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 실제는 아니더라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응답을 하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여도 데이터베이스를 서비스하는 측면에서는 고무적인 현상이다. 점차 정보의 가치를 이해하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보아 틀림없다. 정보사회에서 데이터베이스의 중요성과 이용의 필요성에 대한 홍보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또 많은 사람들이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고 적절히 대처하여 사회의 불안정성이 줄어든다면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도 보다 빨리, 그리고 쉽게 혜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였다면, 그리고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축적하여 왔다면 이러한 국면을 피해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

여러 사람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 나라 데이터베이스 산업은 한계가 있다. 많은 사람이 단순히 즐기는데 사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용자층의 한계가 그중 가장 큰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과학기술과 같은 특수 전문분야에 있어서는 두말할 나위 없다. 더욱이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는 미국과는 달리 한글로 만들어진 우리 나라 사람만을 위한 데이터베이스의 시장성은 명확하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시장이 충분히 성숙되기 이전에는 데이터베이스를 상품으로 보기보다는 국가의 중요한 인프라로서 정책적으로 지원하여 오늘날과 같은 정보 선진국이 되었다. 정보화 사회에서 데이터베이스가 제대로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데이터베이스로서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지원이 필요하다. 어린이가 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여 적어도 스스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때까지 부모가 돌보아 주듯이 데이터베이스도 특히 국가의 인프라로서 반드시 필요한 부문은 국가가 지원, 육성해야 한다. 일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한 것이나 생활의 여유를 즐기는 데에 필요한 정보는 특별한 지원이 없이도 시장이 형성되어 발전할 수 있다. 국가 발전에 밑거름이 될만한 정보를 담고 있는 데이터베이스가 많아야 데이터베이스가 진정으로 정보화 사회에서 그 소임을 다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장기적인 정책의 수립과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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