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흠 한국기계연구원 정책연구실장
국가경쟁력의 제고를 위한 여러 과제 가운데 공공부문의 효율성 문제가 최근 주요 이슈가 되고 있다. 정부 조직개편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이제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 국가적 당면과제가 된 것 같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개혁문제와 더불어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의 개편문제도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연구개발의 공공부문에 관한 문제에는 크게 두 가지 주제가 있다. 첫째는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새로운 위상정립이고 둘째는 이 기관들의 생산성 제고 문제이다.
공공부문의 새로운 위상정립과 관련하여 민간 기술개발부문의 성장에 따라 공공연구부문을 일부 민영화 내지 축소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대두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연구개발인력은 약 13만명으로 전체 연구인력의 6%인 8천여명이 출연연구기관에 종사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이 비중을 보면 독일이 14.7%, 프랑스는 17.7%에 이른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공공연구부문이 결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적은 편에 들어간다.
또한 국가 총 연구개발투자 중 정부에서 분담하고 있는 비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몇 년간 계속 증가하여 이제 19%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36%, 독일의 37%, 프랑스의 45%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가장 적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연구개발에 있어서 공공부문 개편논의의 주제는 「감량화」가 아니고 오히려 「적정 규모로의 확대」가 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효율을 제고시켜 국가발전에 대한 기여도를 높히는 문제에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생산성 문제는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으나 우선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정부의 통제를 받는 공공기관으로서 갖는 공공부문 특유의 비효율성이 한 원인이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운영에 있어서 자율과 통제의 적절한 조화는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어려운 숙제이다. 정부의 전략목표 달성에 쉽게 동원될 수 있도록 정부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하면서도 연구개발의 속성상 최대한의 자율을 보장해 주어야만 한다.
정부의 통제에 의한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관운영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기관운영의 효율성 및 성과에 관해서 기관 자체적으로 책임을 지고 운영하도록 하여야 한다. 정부에서는 기관의 운영을 직접 통제하는 대신 정기적으로 평가를 하고 책임을 물음으로써 정부 정책방향에 부합되도록 유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연구성과를 사회로 확산시키는 노력이 부족했다. 그동안 출연연구기관들은 기술개발의 목표달성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 관리되어 왔다. 공공연구기관은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을 사회로 확산시켜 국가전체의 기술개발 능력을 향상시키는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또한 기술의 확산 위해서는 이미 개발된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보다는 개발과정에 참여했던 인력간의 교류로서 이전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출연연구기관들은 보유기술을 사회로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미흡했던 점도 있으나 그동안의 기술확산 실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점도 있다. 앞으로 출연연구기관들은 연구성과의 확산기능을 강화시키는 노력이 요구되며 기술확산 측면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이번 「IMF사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교훈 중의 하나는 민간주도의 체제로 전환되더라도 모든 것을 민간에만 맡겨서는 안되며 정부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이 오히려 더욱 중요해진다는 점이다. 과학기술에 있어서도 민간주도의 개발체제로 전환되더라도 산업기술개발 관련 공공부문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며 「IMF사태」의 극복을 위해서도 산업기술개발 관련 지원과 조정의 역할에 대한 비중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국가기술혁신체제의 기반으로서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역할정립과 효율성이 곧 국가 기술혁신체제 전체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점을 감안해 단순한 논리적 접근보다는 깊이 있는 분석을 토대로 한 대안제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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