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의 치적의 하나로 「한강 정비」를 꼽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정부는 울퉁불퉁한 한강 바닥을 긁어 평탄하게 만들고 강변을 콘크리트로 둘러싸 깔끔한 외양과 홍수에도 끄덕없는 제방을 마련했다. 그 결과 한강은 겉보기에는 깔끔하고 군더더기 모래톱이나 나무, 수초등이 없는 깨끗한 수면을 갖게 됐다.
그러나 지금의 평가는 크게 다른 것 같다. 특히 환경보호론자들은 한강개발 정책을 혹평하고 있다. 강은 주변의 수초가 정화작용을 하고 끊임없이 퇴적물을 나르면서 생명력을 갖는 것인데 콘크리트로 강과 강변을 단절시키고 인위적으로 강의 모양을 단편화시킴으로써 자정능력을 잃은 죽은 강이 됐다는 주장이다.
다행히 자연은 스스로 놀라운 치유력을 보이고 있다. 인위적으로 평탄화시킨 강 바닥에서 모래톱이 솟아올라 섬으로 자리잡고, 상류로부터 실려오는 퇴적물은 오염된 강바닥을 덮어 생명을 부르고 있다.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수렴하고 있는 것이다.
짧다면 짧은 재임기간에 남이 하지 못했던 「치적」을 남기고자 하는 위정자의 욕심은 종종 대대로 무거운 짐을 안겨주는 결과를 초래한다. 진퇴양난에 빠진 경부고속전철 사업은 한 예에 불과하다.
최근 문제가 됐던 「위성교육과외 폐지검토론」도 정권인수위 측의 조기 진화로 무마되기는 했지만 무책임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 위성과외가 교육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학부모의 상당수가 이미 이를 시청하기 위해 투자를 해놓은 마당에 이의 백지화를 거론한다는 것은 개혁에 앞서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사적인 의견이었더라도 지금과 같은 정권교체기에 그것도 정부조직개편이 추진되는 민감한 시기라는 것을 염두에 뒀어야 했지 않나 싶다.
IMF 비상국면 속에 정부조직 수술날짜가 눈앞에 다가왔다. 새 정부의 개혁은 정권의 차별화나 가시적인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더디더라도 장기적으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면 한다. 우리는 최근의 역사를 통해서도 「자연스럽지 못한 것은 오래 갈 수 없다」는 교훈을 얻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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