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미국의 케이블TV 업체들이 잇따라 인터넷 접속서비스에 나서면서 이 시장을 둘러싸고 전화업계와 케이블업계간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접속서비스 시장은 지역전화업체와 장거리전화업체 등 전화업계에서 독점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동안 고속, 대용량의 정보전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 위성업계가 부상하기도 했으나 정보전송이 한쪽 방향으로만 이뤄진다는 약점 때문에 경쟁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상태다. 여기에 케이블TV 업체들이 케이블 모뎀을 앞세워 시장참여 의사를 밝히고 나서면서 인터넷 접속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케이블TV 업체로는 텔레커뮤니케이션스社(TCI), 타임워너, 콕스커뮤니케이션스, 컴캐스트, US웨스트미디어그룹 등이 인터넷시장에 진출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업체는 TCI.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TCI는 컴캐스트, 콕스커뮤니케이션스 등과 연합, @홈 네트웍스라는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제2위 업체인 타임워너도 최근 US웨스트미디어그룹과 온라인 서비스부문을 합병, 케이블시스템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에 나설 뜻을 밝혔다.
케이블시스템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10Mbps 속도로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다. 이는 전화업체들이 제공중인 28.8kbps 다이얼업 방식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인터넷 상에서의 게임을 마치 CD롬에서처럼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요금 또한 40달러로 전화업체들의 일반 요금인 20달러에 비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케이블 모뎀, 무선 키보드 등 장비임대료만 덧붙이면 소비자들은 고속의 인터넷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단순히 비교하자면 소비자들은 2배의 비용으로 무려 35배 이상 빠른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셈인 만큼 업계간 승부는 이미 결정난 것이나 다름없다.
다만 한 가지 전화업체들에게 위안이 되는 점은 아직까지 케이블시스템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는 이용확산 추세가 그다지 빠른 편은 아니라는 점이다. 타임워너의 로드 러너와 US웨스트미디어그룹의 미디어원 익스프레스의 합병에도 불구하고 가입자수는 4만5천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전화를 이용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AT&T 월드넷의 가입자수가 3백만명에 달하고 있는 점에 비하면 초보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만만히 볼 정도는 아니다. 케이블업체들은 가입자를 늘려가는 것보다는 수십억달러를 투자, 인프라를 개선하는 등 장기적인 관점에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업계의 움직임은 빠르지 않지만 그러나 꾸준하게 인터넷시장을 파고들고 있어 이미 시장에 진출해 자리를 잡았다고 자평하고 있는 전화업체들에게 긴장감을 주고 있다.
인터넷업계에서는 향후 양 업계의 승부처가 콘텐츠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의 전송속도 못지않게 전송될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온라인 서비스업체인 아메리카온라인(AOL)에 의해 실증되고 있다. AOL은 콘텐츠에 초점을 맞추는 한편 고속 전송에도 주력했다. 이를 통해 미국 인터넷업계에서는 물론 전세계 최대라는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케이블업계에서는 그러나 아직까지 정확한 의미의 광대역 전송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스트리밍 비디오/오디오, 실시간 게임 등 명실상부한 광대역 콘텐츠 전송은 케이블 시스템에 의해서만 가능하고 따라서 인터넷 서비스시장에서 최후의 승리자는 케이블업계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케이블업체들은 인터넷 이용자들을 『인터넷 한가운데 「떨어뜨려」 정보를 찾아다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이용자들의 희망에 따라 직접 전송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고 밝힌다. 타임워너와 US웨스트의 합병도 이같은 전략에 기초했다는 설명이다.
현재까지의 인터넷 접속서비스 시장에서는 분명 전화업계가 한발 앞서가고 있다. 그러나 미래의 가능성 면에서는 케이블업계가 더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물론 이것 또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전화업계도 디지털가입자회선(DSL) 기술 등 고속의 인터넷 전송이 가능한 서비스를 내세워 반격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업계간 경쟁의 승자는 단순한 산술계산만으로 가늠하기 힘들다. 현재의 가입자수와 미래의 기술전망 등 복합적인 요인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오는 21세기 초에는 케이블업계가 현재의 후발세를 역전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허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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