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가전사의 대리점 정책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수년간 성장 위주의 정책을 견지해 왔던 LG전자와 삼성전자, 한국신용유통등 3사가 약속이라도 한듯 「내실 다지기」를 새로운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매출급감이 이미 시작된 데다 올해 호전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점이 성장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각 사 모두 시장축소를 전제로 올해 사업계획을 짜놓고 있다. 따라서 줄어드는 시장에서 대리점과 본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으로 자연스럽게 3사 모두 내실 다지기를 정책기조로 수립했다.
내실 다지기는 최소한의 투자와 적절한 물량공급 및 판매를 통해 대리점이 안정된 경영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실적보다 이익구조 확립이 우선이다. 이 이익구조는 본사의 경영안정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들 3사는 올해 지출계획에서 각종 경비를 50% 정도 줄였다. 이에 따라 대리점에 대한 지원도 3사 모두 크게 줄어드는데 대리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다.
7일 가전3사 가운데 가장 먼저 대리점 정책 발표회를 가진 LG전자 서울영업담당의 정책방향은 올해 각사의 대리점정책 전개방향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LG전자 서울영업담당의 올해 주제는 「대리점이 자생력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마련이다. 물론 지원보다 체질개선을 통한 자생력 배양이 목표이다. LG는 우선 대리점 경비지원 여부를 철저하게 효용성에 의해 결정한다. 매출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행사에 대한 지원은 이전처럼 지출하지만 단순한 행사성 경비지원은 대부분 없앤다. 본사의 자금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줄이겠다는 의도다.
금전적인 지원을 축소하는 대신 대리점이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여건은 확대한다. 우선 실판매가격을 상향 안정시켜 적정한 마진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 기획모델이나 볼륨 디스카운트에 의한 저가출하를 근본적으로 줄여나간다. 또 판매량에 대한 부담을 줄여 유통재고도 줄여준다.
고객 및 상권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대리점의 마케팅능력을 향상시키거나 대리점을 유통형태별로 특화, 차별화시키는 등 개별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간접기반은 본사 차원에서 마련해준다.
LG서울영업의 긍국적인 목표는 대리점이 스스로 노력해 일정 규모 이상의 판매를 끌어낼 경우 본사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도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장점유 경쟁보다 본사와 대리점 모두가 안정될 수 있는 목표 설정하고 지원하겠다는 것인데 대리점에 판매해야 할 일정 규모는 이전처럼 지나치게 무리한 목표치가 아니다.
이같은 방향은 LG의 타영업담당은 물론 삼성전자나 한국신용유통 모두가 비슷하다. 삼성전자 역시 올해 성장 위주의 정책을 포기한다. 대신 대리점의 체질개혁을 추진할 계획인데 금전적인 지원은 대폭 줄어든다. 철저하게 이익 위주의 영업 및 판매구조를 갖춰 대리점이 자생력을 갖게 하겠다는 점에서 LG의 방향과 다를 게 없다.
1월1일부로 대우전자 국내영업부문을 흡수한 한국신용유통은 아직 구체적인 정책방향이나 정책설명회 일정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에 따르면 비용감축과 대리점 손익구조 개선를 내용으로 하는 양사와 유사한 정책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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