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전자와 반도체 중 누가 LCD사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인가.」
LCD 사업영역을 놓고 두 회사의 갈등은 LG그룹의 해묵은 과제 중 하나. 사업초기부터 전자와 반도체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LCD사업은 지금까지 전자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이같은 힘의 역학관계가 바뀌고 있다. LG그룹은 전자보다는 반도체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힘의 역학관계가 전자에서 반도체로 기울고 있음을 보여준 몇가지 사례가 있다.
사례 1. 그룹인사의 해프닝으로 끝난 김선동 부사장의 전배건. LG그룹은 인사를 단행하면서 전자의 김선동 부사장을 반도체로 전배된 것으로 발표해 놓고 즉시 이를 취소했다. 김 부사장은 당초 LG전자의 LCD사업본부를 이끌어왔던 최수택 전무가 기계로 전배되고 그 후임으로 LCD사업본부장을 맡도록 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 부사장의 소속이 어디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LCD사업권의 향배도 점칠 수 있었다.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김 부사장의 인사이동건은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김 부사장의 전배건은 전격적으로 취소되고 홍보자료를 만든 실무자들의 실수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사장의 전배건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LCD사업에 있어 그룹측의 움직임이 어디에 있음을 감지할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즉 아직까지 그룹측의 결정이 확정되지 않했지만 그래도 전자보다는 반도체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반도체 사장을 구본무 회장의 친동생인 구본준 사장이 맡는 것과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반도체로 힘이 쏠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사례 2. 영업조직을 전자에서 반도체로의 조정건. 올해 들어서자마자 그룹측은 LCD사업과 관련한 중요한 조치를 하나 취했다. 전자가 확보하고 있던 LCD영업과 관련한 조직과 인력을 모두 반도체로 이관토록 조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 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 PC업체들이 반도체와 LCD 등 부품을 일괄적으로 구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자에서 반도체로 업무를 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업무조정으로 시너지 효과를 크게 거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LG반도체는 이달안으로 13인치급과 15인치급의 대형화면을 생산할 수 있는 3.5세대라인(5백90♀6백70㎜)으로 구축된 신공장을 가동함으로써 영업과 생산분야에서 명실상부하게 LCD사업의 주도권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사례 3. 반도체의 조직개편건. LG반도체는 구본준체제를 갖추면서 LCD사업을 전담하는 LCD사업본부를 신설한 점이다. LG반도체는 LCD사업본부장에 현재 전자의 LCD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김선동 부사장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인력이 부족한 관계로 전자와 협력체제를 근간으로 만들어진 조직도』라면서 『김 부사장 등은 반도체의 소속이 아니라 전자소속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도 『지난 1월 1일자에 개편한 조직도에서 김선동 부사장이 LCD사업본부장을 맡고 있어 아직까지 김 부사장의 소속은 전자다』고 밝혔다. 어쨌든 반도체는 내부적으로 김 부사장을 본부장으로 한 LCD사업본부의 조직개편을 마무리 해놓고도 LG전자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이 부문과 관련해서 전자와 반도체가 명확하게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구본준 사장이 반도체의 사령탑으로 자리잡으면서 영업조직이 전자에서 반도체로 이관된 점에 비추어 볼 때 결국 모든 조직이 전자에서 반도체로 옮겨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철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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