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엔지니어 육성론

정문술 미래산업 사장

예술가는 타고난다. 베토벤이나 헨델 같은 위대한 음악가는 원래 소질이 없는 사람이 열심히 공부해서 되는 게 아니다. 음악가로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기술분야도 마찬가지다. 가령 탁월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원래 그 분야에서 타고난 사람이지 결코 유명한 소프트웨어 선생에게 배워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기술지향적 기업이 가장 역점을 두고 해야 할 일은 자명해진다. 타고난 엔지니어들을 찾아내어 갈고 닦아주는 일이다.

인재가 부족한 중소기업이 어떻게 하면 그런 인재를 구할 수 있을까 고심하던 나는 지방 공고 졸업생들을 데려다가 교육시키기 시작했다. 그들의 연구개발비가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그러한 가운데 날로 실력이 늘고 기술이 향상되어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것이 내게는 큰 기쁨이었다.

현재 내가 경영하는 미래산업은 핵심인원 10명이 중심이 돼서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런데 상위 서열에 있는 인재들 대부분은 이렇게 뽑은 공고 출신이다. 그리고 박사 또는 석사 출신의 연구인력들이 이들을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현재 개발과 영업 등 내부 업무를 총괄하다시피 하는 부사장은 젊은 시절부터 내게 와서 일한 내 분신과 같은 존재다. 나는 이들에게 회사를 물려 줄 생각이다.

기업은 사람이다. 마치 뛰어난 예술창작인과 같은 인재를 어떻게 발견하고 길러낼 것이냐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 있다. 그러므로 중소기업 사장이 갖추어야 할 중요한 덕목과 실력은 다름 아닌 이들 인재들이 마음껏 커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뛰어난 인재는 개성이 강하다. 그럴 때마다 사장이 자기 마음에 안 들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그 꼴 못 보겠다고 하면 인재는 그 회사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아마 나는 그 꼴을 상당히 잘 보는 사람 중의 하나일 것이다. 작년 우리 회사의 시무식에서 나는 직원들에게 폭탄선언을 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공동운명체임을 강조해 왔다. 다같이 큰 떡을 만들어 함께 나눠 먹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이런 노선을 전면 수정한다. 이제부터 여러분들은 회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계발을 위해 더 노력해라.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회사 것을 전부 써도 좋다.』

그러자 간부들이 깜짝 놀랐다. 아마 「사장이 노망이 들지 않았나」 생각했을 것이다. 회사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접어두고 자기 공부를 열심히 하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자 점차 그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걱정스럽게 물었다.

『실컷 회사 돈으로 자기 공부만 해서 경쟁회사나 대기업에 가 버리면 어떻게 합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가게 내버려 둬라.』

나는 늦깎이로 사업을 시작했다. 애당초 크게 벌거나 큰 기업을 만들기는 틀린 사람이다. 한국의 재벌들이 어떻게 탄생했는가. 정치경제적 격동기의 산물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기회는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아주 소박한 목표를 갖고 있다. 반도체 분야가 나를 길러 주었으니 앞으로 내가 할 일은 한국 반도체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몇 사람만 길러 주고 가면 된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이미 손익계산이 끝났다. 내가 길러낸 훌륭한 사람을 남이 데려다 쓰건 내가 쓰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리고 이런 배짱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회사에 가라고 해도 잘 안 간다.

나는 훌륭한 인재를 길러 놓으면 회사는 저절로 잘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직원들의 교육훈련을 위해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오늘날 미래산업이 다소 주목받는 바가 있다면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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