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벤처업계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첨단기술을 이전받아 상품화에 성공한 사례가 속속 발표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수위계, 유량계 전문업체인 창민테크(대표 남상룡)는 93년 러시아 하르코프공대 출신으로 현지에서 수십년간 관개수리관리와 운영자동화기술을 연구한 장학수 박사를 영입, 지난 5년 동안 공동연구를 수행한 끝에 최근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제품에 비해 성능이 우수한 초음파 유량계를 개발하는 성과를 올렸다.
또 다원기계공업(대표 설정철)은 러시아 과학자와 공동으로 형광등을 비롯, 환경오염없이 수은을 액체형태로 포집할 수 있는 수은탈취기를 개발한 데 이어 현재 러시아 현지법인과 공동으로 멤브레인을 이용한 전기분해 방식의 해수 담수화기기를 개발중이다.
전기, 통신용 케이블 트레이시스템 전문업체인 파이오니아메탈(대표 석창환)도 95년부터 러시아 항공기술대학과 협력, 산소 세라믹 파이버 등 금속 신소재 개발을 추진중이며 최근 이 대학과 공동으로 지름 15∼2백미크론의 극세선을 개발하기도 했다.
건전지 및 필름 제조업체인 서통(대표 최좌진)은 지난해 6월 러시아 현지에 연구소를 설립하고 8명의 의료공학박사를 영입, 눈의 홍채 검사로 질병을 알 수 있는 홍채진단기를 개발했다.
멀티미디어카드 및 영상 소프트웨어 생산업체인 다림시스템(대표 김영대)은 직원 70명 가운데 러시아 기술자가 30%에 가까운 18명이나 된다.
김영대 사장은 『94년 창업 당시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를 확보하기 위해 국내 대학을 돌아다녔지만 지원자가 없어 국방과학연구소에 있을 때 친분을 맺었던 러시아 과학자를 다수 채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무선통신장비 생산업체인 KMW(대표 김덕룡)도 최근 박막기술을 활용한 기지국용 표면탄성파(SAW) 필터와 이동통신용 앰프 개발을 위해 15명의 러시아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이인규 무한기술투자 사장은 『러시아 기술은 특히 핵물리, 광학, 레이저, 기계공학, 신소재 등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기술도입 비용부담은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에 최근 국내 기업들이 앞다퉈 원천기술을 도입, 상품화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는 첨단기술의 해외이전을 기피하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경제난 타개를 위해 과학자나 첨단기술의 해외수출에 개방적이어서 국내 벤처기업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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