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한국전산원 원장
우리 사회는 현재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옮겨가는 전환점에 놓여 있는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과 회생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안고 출범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에게 내핍을 강조하고 정부의 기구 및 투자의 축소, 산업의 구조조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산업구조의 불합리성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정부규제의 팽창을 인식한 것은 결코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선진국의 부단한 구조조정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없이 외형적, 이론적 추종으로 모양만 갖추는 구조조정과 행정개혁을 시행한 결과가 오늘에 이른 것이라 하겠다.
사실 우리 정부는 오래 전부터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규제의 철폐, 정책기능과 집행기능의 분리, 민영화, 그리고 관리행정에서 서비스 행정으로의 전환 등을 추진하려고 노력해 왔다. 그러나 성과는 미흡했다. 구체적인 수단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93년부터 97년 1월까지 정보화라는 수단으로 31만명의 인력과 1천3백70억 달러의 예산을 감축한 것과 비교하면 커다란 차이가 아닐 수 없다.
정보화는 정보의 생산, 분석, 활용, 전달을 합리화, 과학화하고 공동이용하는 것이다. 업무의 처리절차를 과학화, 효율화하도록 개혁하고 정보기술을 그 도구로 활용하여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는 것이다.
산업구조를 조정하기 위해 경영의 합리화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고 인력을 감축하여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고임금, 저효율 구조에서 고효율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고 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정리해고 등의 인력감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만들어 진다고 해도 생산, 영업, 관리 방법과 수단의 변화 없이는 인력의 축소나 경영의 합리화가 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이와 같은 경비의 절감에 의한 효과는 가격인하 등에 국한된 효과만 가져올 뿐이다.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가 가격을 인하함으로써 국제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시기는 지나갔다. 품질의 향상, 소비자의 요구에 맞는 신상품의 개발, 첨단기술을 접목한 첨단제품의 개발이 오히려 빠른 경쟁력을 갖추는 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은 상품의 수주, 디자인에서부터 판매, 사후관리, 품질의 향상과 신상품개발의 전과정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정보화와 자동화이다.
우리 정부도 그동안 정보화를 추진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87년 1차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을 추진하여 금융, 토지, 주민 등 주요한 국가업무를 정보화하여 오늘날 각종 정책추진의 주요한 기둥역활을 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국내 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하여 오늘날 가장 경쟁력있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91년 1차 국가기간전산망사업이 종료됨과 동시에 정부의 정보화의지는 상실되고 국가정보화는 침체의 늪에 빠졌다. 95년 정보화촉진기본법이 제정되고 정보통신부가 발족되어 정보화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정보화촉진기본법 자체가 부처이기주의를 공통으로 수렴하기 위한 노력 끝에 출산된 법이기에 정보화에 대한 막연한 의지만 반영되어 있을 뿐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과 추진력을 갖출 수 없는 법이 되고 말았다.
따라서 정보화는 법, 제도의 개선, 국가정책에 부합하는 우선순위의 설정,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예산의 투자, 부처간의 이견의 조정, 정보자원의 공동활용과 과학적 관리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의 정보화추진위원회의 운용과 정보통신부의 위상 및 권한으로는 그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새 정부는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정보통신정책 수립 때 이같은 국내통신정책의 맹점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회생을 위한 수단이며 정보사회로 전환하는 총체적 활동인 정보화와 국가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정보화 투자를 멈추거나 줄여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정보화는 국가사회의 구조를 개편하는 구체적 수단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정보사회로의 빠른 진입을 위하여 많은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산업화에 늦음으로써 당했던 뼈아픈 고통을 재현해서는 안될 것이다.
더구나 선진국이 통신망을 고도화하고 전세계적 전자상거래의 조기실현을 권고를 넘어서 강요에 이르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보화를 머뭇거리거나 지연하는 것은 산업의 구조조정 이전에 세계경쟁력을 잃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다.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지속적인 정보화 투자와 통신망의 고도화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국가적 의지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집행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새 정부는 특히 이러한 투자가 우리의 지식산업의 수요를 창출하여 산업 발전과 새로운 고용 창출의 기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준비와 철저한 점검을 통해 최선의 결과를 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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