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자.정보통신업체들의 구조조정

연초부터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활발하다. 예상보다 앞당겨질 완전 개방시대를 맞아 생존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자금난에 직면해 있는 기업들로선 생존과 도태의 갈림길에서 초긴축경영 등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해야만 한다. 효율적인 구조조정에 실패할 경우 기업으로선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렵게 되지만 국가적으로도 경쟁력 상실이라는 파국을 면할 수 없게 된다. 국내 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은 선택이 아닌 처절한 생존전략,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은 한치의 차질이나 부실이 발생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내실있게 추진돼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고 현재의 위기를 최단시일안에 극복할 수 있다. 우리 모든가 한마음으로 뭉쳐 허리띠를 졸라매고 그 어느해보다 열심히 뛰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미 국내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소형 가전사업에서 잇따라 손을 떼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계사업 정리차원에서 소형 가전사업을 관계사인 한일가전으로 이관하고 올해부터는 자사의 유통망을 통해 한일가전에서 만든 소형가전 제품에 대한 판매만 맡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또 이제까지 AV일변도의 수출주력제품을 냉장고와 에어컨 등 백색가전으로 다양화하고 수출지역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LG전자도 캠코더사업부를 오디오사업부 산하로 흡수 통합키로 했다. 가전업체들은 업무효율화를 위한 국내 영업조직도 개편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전자 등은 올해 내수 경기부진에 대비해 가전과 C&C부문을 통합하고 판매영업소도 슬림화를 꾀하고 있다.

그동안 비교적 탄탄대로를 달려온 컴퓨터업체들도 경쟁기업간 상호협력 강화와 채산성이 없는 품목의 과감한 정리 등에 적극 나섰다. 또 해마다 급격한 성장세를 유지해 온 시스템통합업체들도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해 해외시장 적극 개척과 긴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멀티미디어 주변기기업체인 가산전자와 두인전자 등도 부서통폐합과 경비절감 등을 골자로 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제는 국내 업체를 보호하던 각종 보호막도 걷히고 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사실상의 수입제한 역할을 해온 수입선다변화 제도도 세계무역기구(WTO)와 약속한 일정보다 6개월 앞당겨진 99년 6월말까지 완전 폐지된다. 수출보조금을 비롯한 무역관련 보조금 철폐도 올해말에서 올 3월말로 9개월 앞당겨 졌다.

이제 기업들은 효율적인 구조조정으로 다시한번 세계시장에서 한국제품의 성가를 드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구조조정과 함께 기업들이 유념해야 할 사안들도 많다. 우선 국내외에서의 과잉 또는 중복투자를 더 이상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해외 입찰에서 제살깍아먹기식 출혈경쟁을 일삼는 경우가 많았고 국내 시장에서도 중복 투자나 과잉투자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기업들은 사고의 대전환과 신경업기법을 도입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 기업들은 지나치게 외형성장에 치중해 왔던 게 사실이다. 잎으로는 외형위주의 경영방식에서 이익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이른바 내실경영으로 바꿔야 한다. 특히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도입에 주력해야 한다. 경쟁력의 요체는 생산성을 누가 더 많이 올리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비록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구성원간의 신뢰구축과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다. 분위기가 어수선할 때 일수록 서로 화합하고 믿음을 가져야 한다.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창의성은 발휘되고 생산성은 향상되는 것이다. 구조조정 작업의 추진주체는 다른 사람이 아닌 조직 구성원들이다. 구성원들의 마음가짐이 구조조정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제 우리는 숱한 난관을 극복해 온 지난날의 저력을 바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기업들이 내실있는 구조조정으로 경쟁력을 높이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