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 전자산업을 이끌 유망 신상품은 어떤 것일까. 전문가에 따라 견해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공통적으로 꼽히는 몇가지 제품은 존재한다. 2000년대에 주류를 형성할 전세계 전자, 정보통신 신상품을 점검해 본다.
<편집자>
◇GB램
21세기 반도체 시장에는 현재 기술적으로 개발이 완성된 기가(G)급 D램 제품이 본격적으로 상용화한다. 차차세대 D램인 2백56MD램보다 4배 이상의 성능을 갖는 1GD램은 엄지손톱 크기만한 칩속에 신문 8천장, 2백자 원고지 16만장에 해당하는 정보를 기록할 수 있는 30나노(10억분의 1)초의 빠른 처리속도를 가진 대용량 반도체 메모리로 정지영상 4백장, 음성정보 16시간에 해당하는 정보를 기록할 수 있다.
동영상 음성 같은 감성기록 시대를 본격화할 G급 반도체. 21세기에는 이 G급 반도체 제품들이 일반화하면서 용량부족으로 실용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원격의료시스템, 양방향통신 위성방송, 개인정보통합카드, 전자화폐 등이 일반인들의 생활속에도 깊게 파고들 것으로 전망된다.
◇TFT LCD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는 21세기에 들어서도 몇 년간은 노트북PC나 휴대정보단말기(PDA) 등 휴대기기의 주력 장치로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내부적으로는 현행 주력제품이 퇴조하고 기기의 소형, 경량화 및 저소비전력화에 좀더 유리한 제품이 새 주역으로 부상하는 세대교체가 예상된다.
우선 주목되는 제품은 반사형. 이것은 액정 뒷면에 반사막을 형성하고 컬러필터를 투과한 외광(外光)을 이용해 화면을 발광시키는 원리로 작동하는데 현행 주력인 투과형에서는 반드시 사용하는 백라이트가 필요없다는 게 최대 특징이다.
이 때문에 반사형은 소비전력을 투과형의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어 휴대기기의 생명인 소형, 경량화, 장시간 사용을 실현할 수 있다.
아직은 LCD 최대 업체인 샤프, 도시바 등 일부 업체에서 소형을 중심으로만 상품화와 양산화가 추진되고 있으나 대형 제품의 상품화도 1, 2년 내에는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반사형은 오는 2000년을 전후해 본격적으로 등장해 21세기 초에는 반사형 수요를 빠른 속도로 잠식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윈도98
마이크로소프트(MS)의 컴퓨터 운용체계(OS) 시장 지배에 조만간 변화가 일 것이란 조짐은 현재로선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선 MS의 신제품 전략에 따라 시장동향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MS는 이와 관련, 2000년까지 윈도NT와 윈도CE로 OS를 통폐합한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NT를 가정용, 데스크톱용, 서버용, 멀티유저용 등으로 제공하고 현재 팜톱용으로 공급되고 있는 윈도CE는 윈도 터미널과 세트톱 박스, 노트북 PC 등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올 6월께 발표될 윈도98은 윈도9X의 마지막 버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제품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올해 최대의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되는 제품이지만 앞으로는 윈도NT로 주요 기능들이 통합될 것이기 때문이다.
MS의 최신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 4.0이 이 제품에 통합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사용자들은 IE 4.0을 윈도98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윈도98은 또 PC를 통해 TV프로그램을 보면서 인터넷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송기능을 실현하며 기존 윈도3.1 프로그램과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등도 지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디지털TV
컴퓨터, 통신, 가전 기술의 결정체라 할 디지털TV도 유망 신제품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디지털TV는 지난해 말 미국의 컴퓨터, 방송업계가 그동안 논란을 벌여온 디지털방송 규격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기술개발의 물꼬를 터 놓았고 미국과 유럽이 내년중 시험방송을 개시할 예정이어서 오는 2000년대 초반에는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 전망이다.
아직 완벽한 개념의 제품이 개발된 상태는 아니지만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고 있는 디지털TV의 면모는 우선 단순히 영상과 음성을 일방적으로 받아 내보내는 수신기가 아니라 기존 TV와는 비교할 수 없는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전송하면서 동시에 시청자가 홈쇼핑, 홈뱅킹, 각종 예약 등 다양한 서비스를 요구할 수 있는 양방향 멀티미디어 기기라는 점이다.
또 OS와 마이크로프로세서, 메모리 등 컴퓨터의 구성요소를 채용하는 한편 기존 컬러 브라운관 대신 LCD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등 평판디스플레이를 갖춤으로써 외관상으로도 크게 달라진 모습이 될 것이다.
이러한 디지털TV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보다 선명한 화질과 깨끗한 음질이다. 영상 및 데이터의 압축, 복원과정이 모두 디지털로 처리되기 때문에 다른 잡신호가 끼어들지 못한다. 따라서 가정에서도 극장 수준의 화질과 음향효과를 맛볼 수 있다.
◇케이블 모뎀
올해를 기점으로 오는 21세기 초까지 세계 인터넷 업계의 관심은 케이블 모뎀으로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블 모뎀은 고속,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가능해 차세대 인터넷 전송통로로 확고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최대의 케이블TV 업체인 텔레커뮤니케이션스사(TCI)가 1천만대의 케이블 모뎀을 공급받아 인터넷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히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케이블 및 인터넷업계의 관심은 케이블 모뎀으로 집중됐다.
타임워너도 다운로드 속도가 40Mbps에 달하는 케이블 모뎀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화회선을 사용하는 28.8kbps 모뎀에 비해 1천배 이상 빠른 것으로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접속, 동영상을 완벽하게 받아 볼 수 있다.
TCI와 타임워너는 모두 업계 기술표준화 단체인 케이블랩스가 제창하는 MCNS 규격을 채택하고 있다. 이밖에 MCNS에는 시스코시스템스, 스리콤, 베이네트웍스 등 네트워크 업체를 비롯, 모토롤러, 헤이스마이크로컴퓨터프로덕츠, 인텔, 소니 등이 참여하고 있어 올 중반부터 1세대 케이블 모뎀의 출하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벽걸이형 TV
오는 2000년쯤 컬러TV 시장에서는 벽걸이형 TV가 유망상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40인치 이상의 대화면이면서도 두께가 10㎝ 안팎으로 얇아 좁은 공간에서도 안방극장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벽걸이 TV의 생명인 디스플레이에서는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과 액정표시장치(LCD) 및 플라즈마 어드레스 액정(PALC)이 주력 자리를 향해 달리고 있다. 그러나 제품의 성능과 가격 등을 전부 고려할 때 현재 LCD는 경쟁 대열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아 주도권 다툼은 사실상 PDP와 PALC의 양자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한발 앞서 있는 것은 PDP다. 고가이지만 이미 일부 업체에서 상품화가 이루어졌고 화면이 어둡다는 결점도 최근에는 많이 개선되고 있다. 주목되는 제품은 NEC가 개발한 9.9㎝, 46㎏의 42인치형으로 브라운관 수준의 색상표현이 가능하고, 콘트라스트비 또한 기존 제품의 2배인 1대 3백으로 높다. 이 제품은 2000년 약 40만엔의 가격으로 상품화할 예정이다.
이에 비해 PALC도 결점인 시야각 협소를 해결하며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 주목되는 제품은 최근 소니, 필립스, 샤프가 공동으로 개발한 42인치 시제품. 이것은 ASM이라는 액정배열기술을 이용해 시야각 상하좌우 1백40도를 실현하고 있다. 또 액티브 매트릭스 액정을 채용해 휘도가 ㎡당 4백칸델라, 조명이 3백럭스에 이른다.
◇IMT2000 단말기
오는 21세기가 되면 꿈의 통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휴대전화 규격인 「IMT200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을 구현한 통신단말기가 출현하게 된다.
IMT2000은 위성을 이용한 통신서비스의 결정체. 현재 음성서비스 위주로 된 셀룰러폰과 개인휴대통신(PCS) 등의 이동통신서비스가 고속의 데이터, 패킷, 영상 등 멀티미디어 개인통신을 지원하는 IMT2000 서비스로 발전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이동통신서비스가 제한적 범위내에서 미약한 송수신 신호를 수신하기 위해 크고 무거운 단말기를 사용해야 했다면 IMT2000 단말기는 그렇지 않다. 불과 손바닥만한 단말기를 통해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자유로운 양방향 멀티미디어 통신이 가능하다.
◇PDA
21세기에는 모빌 컴퓨팅 분야에서도 컴퓨터와 통신기능의 통합이 급속히 진행됨에 따라 지금보다 훨씬 안정된 성능의 개인휴대정보 단말기가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즉, OS와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개인정보관리 등 일반적인 컴퓨터기능은 물론 데스크톱 PC와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같아 전자우편이나 파일 등을 주고받을 수 있고 데이터의 동기화가 가능하며 TCP/IP 등 표준 인터넷 프로토콜은 물론 무선모뎀과 같은 각종 PC용 카드들도 지원함으로써 인터넷, 전자우편 등의 통신기능과 음성전화 기능을 완벽히 구현하는 제품이 컴퓨터, 통신간 통합기술의 진전으로 가능하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현재 컴퓨터업계와 통신업계가 경쟁적으로 PDA에 통신기능을 부가하거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휴대전화에 컴퓨터기능을 부가하는 접근방식으로 양자간 통합을 시도하고 있으나 부분적인 기능만을 수용하는 단계다. 따라서 앞으로는 이들이 완벽히 통합되면 다기능이면서 좀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개인휴대단말기가 보급될 전망이다.
오는 21세기를 주도할 신상품은 작으면서도 처리속도가 빨라 사용자들이 좀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반도체의 고집적화, 가전기기와 통신의 결합, 운용체계와 브라우저의 철저한 통합, 인터넷의 초고속화 등은 21세기 제품마케팅을 이끌 화두가 될 것이다.
【국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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