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는 무인(戊寅)년이다. 세시풍속에서는 새해들어 맞는 첫 인일(寅日)을 「호랑이 날」 또는 「범날」이라고 했다. 이날은 남과 서로 왕래를 삼가라고 했다. 호환(虎患)이 있을 수 있는 날이라고 해 근신하라고 했다. 만일 이날 남의 집에 가서 대소변을 보게 되면 그집 식구가 호환을 당한다는 민속도 있었다.
호랑이는 먹이를 찾아 하루에 80~90km를 쏘다니는 맹수 가운데 맹수다. 겨울철 혹한기에 먹을 것이 부족하면 하루에 3백~4백km를 이잡듯 뒤지고 다닐 정도로 용맹했다. 움직이면서도 끊임없이 오줌을 질금거리며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고, 먹이를 발견하면 상대가 아무리 강적이라도 반드시 숨통을 끊어놓고 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호랑이를 영물로 여겨 왔다. 산군(山君)이라 부르며 경외감까지 보였다. 아마도 두려움과 공포감이 숭배로 바뀐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무인년은 그리 좋은 운세가 아니었다. 1398년 이방원이 주도하는 1차 왕자의 난이 일어났으며 1638년에는 인조가 36년의 병자호란에 이어 삼전도에서 청태조에게 황복을 하는 민족최대의 수난을 겪기도 했다. 1878년에는 2년 전에 맺은 병자수호조약이 발효되면서 일제의 침략을 실질적으로 받기 시작했으며, 1938년에는 일본의 총동원법에 따라 전국민들이 일본군의 전쟁놀음에 끌려다니기 시작했다.
1998년 무인년도 그리 좋은 것 같지 않다. 그동안 성장세를 구가해 오던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라는 암초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새해 경제를 보는 지금의 상황은 불안과 불확실성 두 마디로 압축된다. 향후 경기가 어찌될지 예측이 힘들고 그런 가운데 국민들은 불안해 하고 있다.
그러나 역술인들이 토정비결로 본 새해의 운수는 더 이상 뽑을 수 없을 만큼 경제적으로 좋은 괘사가 나왔다. 상업적으로 이익이 있고, 귀인이 도와주니 소망이 뜻대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쥐가 창고에 든 격이니 재리가 형통할 것이고, 달이 구름 속에서 나오니 천지가 다 훤해진다고 한다. 스스로 길을 얻으니 이는 반드시 귀인이라는 좋은 운수가 나왔다.
IMF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는 더 없이 좋은 희망 있는 운수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점에서 새해 무인년은 국가를 비롯, 기업, 가정, 개인은 처음 겪는 IMF의 고난을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는 호기로 삼는 해가 됐으면 한다. 이것이 신년을 맞는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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