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한해동안 세계 컴퓨터업계를 가장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은 단연 마이크로소프트(MS)와 넷스케이프 간 웹브라우저 전쟁이다. 95년부터 시작된 이 전쟁은 승패의 부침을 거듭하다 올 8월 각각 「인터넷 익스플로러(IE)4.0」과 「넷스케이프 내비게이터 4.0」의 발표를 계기로 MS의 우세로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상황으로 반전됐다. 그러나 지난 12일 미국 연방법원은 MS측에 IE의 윈도95 번들 판매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흐르던 물줄기는 넷스케이프 쪽으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S측은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 윈도98과 IE의 통합을 강행할 방침이며 넷스케이프 측도 MS를 위협해온 자바진영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새로운 라운드의 전쟁에 임할 태세이다. 그동안 치러진 두회사의 브라우저 전쟁을 정리해보고 이 전쟁이 갖는 의미와 향후 전망 등을 점쳐보기로 하자.
두 회사의 전쟁이 업계와 사용자들의 중대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은 컴퓨터환경에 대한 영향력이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는 웹브라우저의 위상과 궤를 같이한다. 지난해 8월 발표했던 3.0버전대 제품만해도 브라우저는 단지 인터넷을 간편하게 접근케 해주거나 항해를 도와주는 소프트웨어의 성격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1년만인 97년 8월에 발표된 4.0대 버전은 컴퓨터 전체의 통합 사용자인터페이스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 IE4.0의 경우 컴퓨터를 켜면 곧바로 브라우저가 실행되는가 하면 하드디스크를 인터넷의 일부로 인식함으로써 브라우저환경에서 곧바로 워드프로세서 등 일반 애플리케이션들을 불러올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일반 PC에서 브라우저의 역할과 범용성이 확대되고 강화된 것이다.
MS는 이같은 기능 확대를 위해 윈도95와 IE의 통합을 시도했고 거의 모든 소프트웨어들을 웹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IE와 연계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중이다. 넷스케이프 역시 4.0버전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듯 이회사의 모든 소프트웨어들과 인터넷기술들을 「커뮤니케이터」라는 클라이언트 스위트와 「스위트 스폿」이라는 서버스위트에 나눠 통합함으로써 브라우저의 역할확대와 범용성의 극대화를 노리고 있다.(내비게이터4.0은 커뮤니케이터에 소속돼 있다)
그렇다면 MS등이 이같은 브라우저 역할의 확대와 법용성 제고를 통해 얻고자하는 것은 무엇일까. 넷스케이프의 경우에서도 설명했지만 두 회사는 각각의 브라우저를 표준 클라이언트로 하는 대규모 서버 제품군들을 내놓고 있다. 투자는 브라우저에 집중시키고 매출과 순익은 서버패키지에서 추구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인 셈이다. MS와 넷스케이프가 내년에 각각 발표할 5.0버전에서는 이같은 역할들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MS와 넷스케이프의 경쟁을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이같은 브라우저의 특성 때문이다. 이 전쟁의 승자가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시장을 거머쥐며 나아가서는 컴퓨터환경 전체의 지배자로서 우뚝 서게 되는 순서를 차근차근 밟아나갈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MS와 넷스케이프간 브라우저 전쟁의 양상은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그러나 간추려 보면 두회사의 전쟁은 브라우저 고유의 소프트웨어 성능 경쟁, 시장점유율 경쟁, 그리고 최근 1년동안 두회사의 매출액 추이 등 세가지 측면에서 진행돼 왔음을 알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극심한 변화는 소프트웨어의 성능 경쟁적 측면에서 나타났다. 성능 경쟁은 분석가의 주관적 평가에 의해 좌우될수 있는 소지가 있긴 하지만 초기인 95년~96년 상반기의 2.0버전대 까지만 해도 내비게이터는 IE에 비교가 않될만큼 일방적 우세를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독자 네트워크였던 「MSN」을 고집하다 뒤늦게 인터넷으로 선회한 MS가 부리나케 급조해서 발표한 「IE2.0」에 대해 업계와 사용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이유도 있겠지만 당시는 내비게이터가 웹의 전부인 것처럼 여겨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황은 제2세대형 브라우저인 3.0버전들이 발표된 96년 8월부터 반전됐다. 세계 최고의 검색률을 자랑하는 컴퓨터전문 인터넷매체인 C넷이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비교한 두회사의 제품 성능은 전체 12개 비교 항목에서 「6승 2무 3패 1유보」로 IE의 판정승을 선언했다. 비교 항목들로는 사용자인터페이스(UI), 인터넷표준언어(HTML)지원, 자바언어지원, 확장성(Extensibilty), 처리속도, 인트라넷지원, 전자우편/뉴스, 그룹웨어 기능, 플랫폼 지원, 보안, 멀티미디어기능, 차기버전에 대한 비전 등이었다.
C넷은 이어 97년 8월 발표된 제3세대형 4.0버전 제품들에 대해서도 비교평가 결과를 내놓았다. 이때의 평가 항목들은 브라우저기능, 전자우편/뉴스, 오디오/비디오회의기능(Conferencing), 저작기능(Authoring), 푸시기술(Push), 처리성능, 인터페이스 통합(Desktop Integration), 보안, 플랫폼지원 등 10개 항목이였다. 결과는 「5승 3무 2패」로 역시 IE의 판정승으로 나타났다.
두 제품에 대한 C넷의 평가 결과는 불위에 기름을 껴 얹은 격으로 곧바로 시장 점유율 변화로 이어졌다. 역대 버전들에 대한 시장점유율 변화추이는 <그림1>과 같다. 두회사가 주장해온 점유율은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전문시장조사기관들의 조사치들을 평균해보면 <그림1>처럼 IE의 상승세와 내비게이터의 감소세가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한창이던 96년 3분기(7월~9월)부터 97년 3분기까지 15개월동안 두회사의 매출액과 순익 추이는 앞서 설명한 두가지 측면과는 또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매출액 추이를 보면 이기간 동안 MS는 분기당 평균 8.45%의 신장에 그친데 반해 넷스케이프는 10.12%의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그림2 참조> 주목할만 사실은 넷스케이프가 이 기간동안 매출 증가율 변동폭이 비교적 크지 않은데 비해 MS는 분기가 거듭될수록 매출액이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IE의 경우 해당기간 동안 시장점유율을 급상승했지만 매출액 기여도는 마이너스였다는 결론이다.
순익 추이에서도 두회사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는데 특히 97년 2분기(4월~6월)의 경우 넷스케이프는 최악의 적자(4억3천8백만달러)를 기록한 반면 MS는 최고의 흑자(10억6천만달러)를 달성했음을 볼수 있다.<그림3 참조> 넷스케이프가 고전한 것은 <그림2>에서 보여지듯 IE점유율 급상승과 새로운 4.0버전 출시를 앞두고 나타난 새상품 공백상태 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두회사의 영업실적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MS의 경우 IE 자체가 무가공급 제품인데다 아직은 IE와 큰 관련이 없는 다른 유력 소프트웨어 판매액이 매출액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넷스케이프는 내비게이터나 관련 소프트웨어의 매출액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회사의 영업실적을 비교한 것은 브라우저 전쟁의 여파가 각각의 기업경영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다. 실제로 넷스케이프의 경우 앞서설명했듯이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데 반해 MS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MS가 앞으로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넷스케이프에 대해 무차별 공격을 가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은 앞서 언급한 성능경쟁과 시장점유울 추이 등을 함께 종합해볼 때 이번 브라우저 전쟁은 시간이 거듭될수록 승패는 MS 쪽에 기울여진 공산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가지 주목할만한 일이라면 버전 5.0의 발표 등 앞으로 예상되는 일정속에서 네스케이프가 과연 어떤 새로운 방어전략을 선보이느냐 하는 점일 것이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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