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08)

칩을 뜯어 내부를 확인하자는 김창규 박사의 말에 황 박사가 황당한 듯 물었다.

『김 실장께서 칩의 내부에 문제가 있다고 하십니까?』

『그래, 독수리가 새겨진 칩과 정상적인 칩의 내부를 뜯어 상호 비교해보라는 제안이 들어왔어.』

『프로그램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은 있지만 하드웨어에 대한 조회는 없는데요?』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한번 해보자고. 지금 비상식적인 일만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알겠습니다.』

아킬레스건.

김창규 박사는 독수리 칩의 프로그램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통해 나타나는 글자를 떠올렸다. 아킬레스를 죽인 것은 독수리. 일리아드에 나오는 아킬레스를 죽인 것은 파레스였는데. 도대체 이 프로그램에 바이러스를 건 사람은 누구일까. 분명히 인위적이다. 자연발생적일 수는 없는 것이다.

김창규 박사는 황 박사가 기판에 꽂혀 있는 칩을 뽑아내는 것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고개를 가로저었다.

지금은 정상.

지금은 이 연구소에서 프로그래밍한 대로 지극히 정상이다. 하지만 정상이 비정상인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런 조치없이 자연적으로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김창규 박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일단 졌다. 게임에서 일단 졌다. 게임다운 게임도 해보지 못하고 지고만 것이다.

수많은 프로그램을 짜고, 수많은 프로그램을 분석하곤 했지만 그 프로그램마다 작성한 사람의 성격을 읽을 수 있었다. 프로그램 하나하나는 하나의 작품이고,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의 혼을 느낄 때마다 그것이 올바른 것이든 부정적인 것이든 즐거움을 느끼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은 분석 자체에도 어려움을 겪는 중이었지만 분석 중에 장애가 회복되었던 것이다.

『박사님, 준비 다 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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