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소설방] 불꽃남자 박대리의 PC통신 탐험기 (7)

『그게 정말이야 ?』

『글쎄 아직은 잘 몰라. 하지만 근거 없는 소문은 아니겠지. 요즘 회사가 하도 어수선하니 말이야…』

『평생 몸 바쳐서 그 어려운 고비를 넘겨가며 회사를 살려냈던 분인데… 에이, 아이엠에푸인지 뭔지… 대체 이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박 대리와 이 대리는 속이 상한 나머지 담배만 피워댔다. 요즘 회사 내부 사정이 좋지 않다. 때문에 곧 감원이 있을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명퇴자 명단에는 대머리 상무님도 들어 있다는 것이다.

『거참… 그렇다고 감원이라니… 상무님 같은 분이 회사를 그만두면 우린 누굴 믿나…』

『그러게… 어떻게 위로라도 해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박 대리는 대머리 상무님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하던 끝에 진심을 담은 전자 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이 대리 또한 자신의 아이디로 상무님께 메일을 보내기로 했고 다른 직원들도 동참하기로 했다.

제목: 우리 시대의 마지막 영웅 「상무님께」

상무님, 요즘 무척 어려우신 것으로 압니다.

상무님을 존경하고 있는 저로써는 심히 유감입니다.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누구보다도 저 「박 창규」는 상무님을 믿고 있습니다. 저는 젊은 사람중의 하나로써 감히, 상무님 세대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상무님 세대가 어떤 세대입니까.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나라를 일으킨 세대입니다. 또한 남의 나라 전쟁터에서 피를 흘렸던 세대였습니다. 그 먼 열사의 땅에서 가족과 생이별하며 외화를 벌어들여 지금의 영화를 누릴 수 있도록 하였던 세대가 아닙니까.

이제 와서 기성세대를 등한시하고 내몰게 된다는 것은 잘못입니다. 우리들은 굳게 믿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상무님이나 다른 분들께 서 지니고 있는 연륜과 이 나라, 이 땅에 대한 애정만큼은 흉내낼 수 없다고 말입니다.

상무님께서는 우리 젊은 세대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신 분입니다. 용기를 잃지 마십시오. 굳게 두 발로 일어서시고 우리 젊은 사람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작금의 어려운 현실에 희망을 잃지 마시고 지난날 보여주셨던 그 힘과 정 열을 우리들에게도 가르쳐 주십시오. 저희들은 상무님 을 믿고 있습니다.

마음을 담아 한 글자씩 또박또박 타이핑하는 박 대리의 마음은 침통했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경제 대국으로 일어서던 이 나라의 현실이 서글펐고, 대머리 상무님의 현 상황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박 대리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정에선 든든한 가장으로, 회사에선 실력 있는 역군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 했던 기성세대가 내몰리게 된 지금의 어려운 현실이 너무도 서글펐다.

직원들 한 명 한 명의 정성어린 전자메일이 상무님께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그러나 박 대리를 비롯한 많은 직원들이 보낸 전자메일은 대머리 상무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수십 통의 전자메일을 받은 대머리 상무님… 비록 명퇴의 대상에 오르긴 했지만 좌절할 수만 없다는 생각에 웃는 얼굴로 직원들을 찾았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비록 우리 세대가 과거의 그 노력과는 달리 작금의 사태를 맞이하였지만 절대로 후회한다거나 좌절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든든합니다. 여러분들의 따스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생깁니다. 또한 우리 회사와 나라의 앞날에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아 즐겁습니다. 저는 믿습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 진 여러분들이 있는 한, 우리들은 분명 재기합니다.』

대머리 상무님의 일장 연설에 눈시울이 뜨끈해지는 박 대리… 서로를 믿고 감싸주는 마음에 새로운 힘이 솟았다.

이분희씨가 뛰어 들어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이분희씨는 얼굴까지 벌겋게 상기된 채 헐레벌떡 사무실로 뛰어들어와 큰 소리로 외쳤다.

『상무님!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좀 전에 사장님께서 특별 지시를 내리셨대요.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 감원조치는 하지 않으신다고 하셨대요. 함께 허리띠를 졸라매고 전 직원들이 단합하여 현 상황을 수습하자고 하셨대요. 모두 함께 긴축경영에 동참해주면 굳이 감원조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다는군요.』

그녀의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박수가 터져 나오며 환호하기 시작했다. 모두들 서로의 어깨를 부둥켜안으며 기뻐하고 있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그들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허리띠를 졸라매리라. 결코 현실에 굴복하는 비굴한 모습은 보이지 않으리라.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 일어서리라!

<황명화>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