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07)

김창규 박사는 안경테를 치켜올리며 김지호 실장과의 통화를 이어갔다.

『김 실장, 우리 팀에는 칩의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이 없소. 그리고 칩의 내부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오.』

『그것은 나도 잘 알고 있소.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모든 단서는 그 칩뿐이오. 하늘에 떠 있는 위성에 꽂혀 있는 칩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소. 또, 맨홀 속의 칩도 완전히 소손되어 버렸소. 연구소에 가 있는 칩 두 개가 유일한 단서요.』

『칩을 분해하면 더 이상 프로그램을 분석할 수 없소. 아주 버리는 것이 되오.』

『예비 칩으로 시험했을 때 정상 동작했다고 하니까, 독수리 칩을 버려도 문제가 없을 것 같소. 바이러스가 걸린 통제실의 자동절체시스템에 나타난 글자도 아킬레스를 죽인 것은 독수리라고 했소. 단서는 그 독수리 칩이오.』

『알겠소. 한번 해보겠소.』

『김 박사, 모든 것에 아킬레스건은 있는 법이오. 그 칩에도 어느 부분에 약점이 있을 것이오. 바이러스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없다면 또 다른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오.』

아킬레스건. 김창규 박사는 김지호 실장과의 통화를 끝내고는 다시 한번 안경테를 치켜올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황 박사, 통제실의 김지호 실장 알지?』

『아, 압니다. 우리나라의 통신망 운용에 관한 한 독보적인 분 아닙니까?』

『김 실장 이야기로는 어제 일어난 통신대란이 독수리 칩과 연계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있겠나?』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도 지금 무엇에 홀린 듯한 느낌입니다. 맨홀 화재와 위성의 장애, 그리고 자동절체시스템이 똑같은 시각에 고장이 발생했다는 것부터가 이상스럽고, 그 사고 현장마다 독수리 칩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랬다. 한국전신전화주식회사의 프로그램 연구소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 우리나라 어디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된다. 그만큼 정보통신에 관련된 프로그램에 관한 한 우리나라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 팀에서 지금 이해할 수 없는 일에 당혹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황 박사, 이 칩의 내부를 뜯어보자.』

『네?』

『한번 뜯어보자고.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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