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의 시대>
컴퓨터의 발전을 살펴보면 인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은 아무리 빠른 컴퓨터가 나오더라도 컴퓨터를 통해 새로운 수요와 응용분야를 창출해내기 때문에 얼마 안 가 더 빠른 컴퓨터를 필요로 하게 된다.
이 경우는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기능이 훌륭하고 다양한 소프트웨어라도 인간이 그 기능을 다 알게되면 새로운 기능과 보다 편리한 기능을 요구하게돼 새로운 버전의 출현은 필수적이다. 정보에 있어서도 이 점은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이와 같이 컴퓨터는 인간의 행위와 행동양식을 반영해 발전하며 인간은 컴퓨터를 통해 현실에 맞도록 다양하게 응용하며,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 간다.
인간이 상호 협동을 통해 여러 작업을 추구하는 것처럼 컴퓨터도 네트워크를 통해 상호협동이 이뤄지는 시대가 됐다. 「네트워크가 바로 컴퓨터」라는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슬로건처럼 오늘날 우리는 네트워크의 시대에 살고 있다. 기업, 학교, 연구소 등의 모든 기관은 점점 효과적이며 다양한 정보를 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관들이 상호 연결돼 새로운 정보와 수요를 창출코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바로 초고속 정보고속도로라는 기반구조다. 종래의 사회 기반구조는 도로, 철도, 공항, 항구 등을 포함했으나 초고속 정보고속도로야말로 미래의 사회에서는 가장 중요한 사회의 기반 구조가 될 것이며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사업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대외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될 것이다.
초고속 정보고속도로의 효과적인 구축은 사회의 여러 측면에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 인간은 정보를 소비하는 만큼 생산하기를 원한다는 속성이 있으므로 생산성의 향상에 대한 동기 유발이 될 수 있으며 전자상거래와 같은 새로운 사업영역과 이를 통한 새로운 수요를 계속하여 창출할 수 있다. 장애인들도 재택근무가 가능해져 사회복지측면에서도 많은 기여를 하게 될 것이며 도로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 및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대기오염 등의 환경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이러한 사회 기반구조인 초고속 정보고속도로를 구축 또는 확장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효율성이다. 우리는 고속철도가 부실공사로 인해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고 있고 청주국제공항이 국제공항으로서 제 역할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으며 무선 통신업체들이 기지국을 따로 구축해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우울해진다. 우리는 그동안 세계화를 주장했으면서도 다른 나라에 대한 경쟁력 강화보다는 눈앞의 경쟁 상대만을 생각하는 국내화를 추구했고 상호협동을 통한 상승효과보다는 눈앞의 경쟁자만 물리치면 된다는 미시적인 안목으로 살아왔는지 모른다.
우리의 신체가 여러 유기적인 구조로 이루어져 상호작용을 하듯이 네트워크 시스템도 하나의 유기적인 조직이다. 따라서 도로의 설계가 잘못되거나 어떤 특정기관만을 위해 개설이 되면 궁극적으로 병목현상이 발생돼 도로를 다시 확장하거나 매번 개설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듯 네트워크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설계와 구축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즈음 우리나라의 현실은 무척 어렵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과거를 깊이 반성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태풍 때문에 과수원의 사과가 거의 떨어져 사과농사를 망쳤을 때 남은 사과들을 이용, 「태풍에도 견딘 사과」로 상품화시켜 입시생들의 합격기원 선물로 활용해 돈을 번 일본 농부의 아이디어가 새삼 떠오른다.
21세기를 눈앞에 둔 지금이야말로 거시적인 안목으로 사회의 모든 기반구조를 정비하고 우리의 자원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할 때가 아닌가 한다.
<김윤호 상명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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