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특허료 비상]

내년 하반기 미국과 유럽에서 지상파 디지털 방송 시작을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디지털 방송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디지털 TV에 대한 특허료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TV시장은 오는 2005년까지만 5천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전세계 전자업계를 흥분시키는 21세기 최대의 황금시장 가운데 하나지만 흑백TV에서 컬러TV시대로 넘어가는 것 이상으로 기술적인 변화가 있기 때문에 하드웨어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문제와 함께 특허료가 가장 큰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출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국내 가전업체들의 경우 디지털 TV에 대한 특허료 문제는 채산성 확보차원을 떠나 디지털 TV시장 진출여부를 판단하는데 결정적인 변수가 될 정도로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현재 국내 가전업체들은 디지털 TV에 대한 특허료는 최소한 대당 출하가격의 1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방식은 미국이 제안한 ATSC(Advanced Television Systems Committee)방식과 유럽연합이 주창하고 DVB(Digital Video Broadcasting)T 방식이 경합을 하고 있는데 양방식 에 동원되는 원천기술에 대한 국내업체들의 특허지분이 많지않아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지난달 정부가 국내 디지털 방송 방식으로 공식 발표한 ATSC방식의 경우 영상신호는 MPEG2로 음향 및 음성신호는 AC3로 압축하고 이러한 신호를 실어보내는 VSB(Vestigial Side Band)전송기술이 핵심요소이다. 지난 7월 설립된 MPEG LA(License Administrator)사가 특허사업을 대행하고 있는 MPEG2 기술의 경우 디지털 TV에 대해선 세트당 4달러를 제공해야하며 돌비사가 특허권을 확보하고 있는 AC3 기술의 경우 세트당 3∼5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제니스가 원천특허를 확보유하고 있는 VSB기술의 경우도 세트당 5달러 안팎에서 특허료가 책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ATSC 방식의 디지털 TV에 대한 특허료 징수대상은 이같은 디지털 방송수신을 위한 기본적인 핵심기술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기존 화질의 SD급 4대3화면에서 고선명(HD)급 의 16대 9화면 규격을 포함한 총 18개의 규격을 수용할 수 있는 포맷전환기술과 잔상제거(고스트 캔슬러)기술 등은 물론 프로그램 안내, 자막삽입, 주변기기와의 인터페이스, 유료 시청자 관리시스템과 관련된 기술 등 다양한 부가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수십가지의 기술에 대해서도 특허료를 지불해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디스플레이도 기존의 CRT에서 완전평면브라운관(FTM)이나 플래즈마 디스플레이(PDP) 및 액정디스플레이(LCD) 등으로 대체될 것으로 보여 이 부분에 대한 특허료도 적지않을 전망이다.

더군다나 디지털 TV는 기존의 아날로그 TV와는 달리 궁극적으로 양방향 멀티미디어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가전업체들이 부담해야할 특허료는 아직까지 정확히 파악조차 할 수 없는 정도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가전업계가 지난 90년대부터 국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고선명 TV개발 프로젝트가 미국시장을 겨냥해 연구가 진행되어 왔으며 현재까지 1천4백여건의 특허를 확보한 상태여서 미국, 일본 업체들의 특허공세에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지 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지난 95년 LG전자가 인수한 제니스가 디지털 방송신호 전송기술과 완전 평면브라운관에 대한 원천특허를 가지고 있고 최근 삼성전자가 MPEG LA에 가입하는 등 국내 업체들도 나름대로 이 분야 특허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유형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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