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행중인 전광판 수주작업들이 최종 계약을 앞두고 두달 이상 지연됐으며 성사여부도 극히 불투명합니다. 타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국내 전광판업체의 한 관계자는 급속히 냉각돼가는 전광판 경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광판 경기가 급강하하는 요인은 전광판사업 자체가 경기에 극히 민감하기 때문이다. 전광판 운용 수입은 기업의 광고로부터 얻어진다. 올초 대부분 대기업들이 광고비를 전년보다 20∼30% 삭감한 데 이어 내년에는 올해보다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줄일 방침이다.
이에따라 전광판을 운영해 수지를 맞추는 것은 더욱 힘들어졌다. 국내에서 가장 광고단가가 높다고 알려진 서울의 경우에도 종로와 강남 등지에 설치된 전광판 외에는 다른 지역의 전광판들은 광고를 유치하지 못해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서울시는 최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전광판의 표출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럴 경우 표출시간을 근거로 한 광고단가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 국내 전광판 경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내년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도 IMF의 영향으로 크게 축소될 것으로 예상돼 경기장용 전광판시장도 한파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실제로 전광판 교체를 검토했던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를 선회해 기존 전광판을 그대로 이용하기로 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전광판업체의 한 관계자는 『IMF구제금융으로 국내 경기가 급속히 위축될 것이 예상됨에 따라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내년에는 내수에 더 치중하고 그 여력으로 수출에 나설 방침이었으나 최근 이같은 계획을 수출 위주의 전략으로 변경하고 있지만 해외수요가 얼마나 이를 따라줄 지가 의문』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유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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