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1천5백만명, 인구대비 보급률 33%.」
경쟁도입 5년째를 맞은 국내 무선호출서비스 산업의 성적표는 지금까지 통신사업 경쟁확대 정책의 결과물 가운데 가장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10개의 제2사업자들이 무더기로 탄생한 92년 말, 당시까지 독점사업자였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의 무선호출 가입자는 1백45만명이었으나 제2사업자들이 본격적인 영업을 개시한 93년 이후 4년여 만에 가입자 수 10배가 넘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어낸 것이다.
무선호출서비스가 이처럼 가장 보편적인 이동통신서비스로 자리잡게 된 것은 「경쟁도입의 효과」임에 틀림없다. 특히 무선호출은 민간기업에 통신사업 진입을 허용한 첫 사례로 왕성한 사업의욕을 가진 중견기업들이 정열적인 영업활동을 펼침으로써 삐삐 대중화의 촉진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무선호출서비스의 이같은 성공은 이동통신서비스가 「황금알」이라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켜 서울과 부산에 제3의 무선호출사업자를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PCS, 시티폰 등 새로운 이동통신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동통신서비스의 대중화는 통신단말기 제조업체의 육성에도 큰 힘이 됐다. 무선호출서비스가 경쟁체제로 재편될 당시만 해도 모토롤러, 필립스 등 외국업체의 독무대였던 무선호출 단말기시장은 불과 몇 년 만에 국산 단말기가 시장을 과점하는 양상으로 바뀌었다.
특히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들이 무선호출 단말기시장을 석권함으로써 국내 통신기기 산업육성의 밑거름이 됐으며 중소기업 가운데 몇몇 선두업체들은 지난해부터 해외시장에도 활발히 진출, 상당한 수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무선호출단말기는 지난해에 5천만달러의 수출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수출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파죽지세로 성장해 온 무선호출업계도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지금까지의 고성장세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느냐 아니면 시티폰에서의 실패와 경기침체의 빙하기를 견뎌내지 못하고 좌초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2무선호출사업자들의 올해 경영실적은 사상 최악의 상황을 기록할 것이 분명하다. 광역무선호출, 음성사서함, 문자무선호출 등으로 진화하면서 수요확대를 이끌어온 무선호출사업자들이 올 들어서는 뚜렷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해 내지 못한 데다 기업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시티폰사업이 오히려 무선호출사업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 무선호출사업자에 있어서 시티폰사업의 포기는 단순히 신규 사업 하나를 중단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지역 무선호출사업자들은 시티폰사업을 종합 이동통신사업자로 발전해가는 디딤돌로 삼으려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티폰사업의 포기는 이들 지역 무선호출사업자들이 그렸던 21세기의 장밋빛 청사진도 상당 부분 퇴색시킬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의 경우 38%에 이르는 무선호출서비스 보급률을 볼 때 무선호출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무선호출서비스 시장에서의 경쟁적인 판촉활동을 찾아보기는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 분명하다. 사업자들은 해지 방지활동에 주력할 것이다.
무선호출서비스업은 흥망성쇠에 이르는 기업의 성장사이클의 정점에 올라 있다는 것이 공통된 인식이다. 따라서 여기서 내리막길을 걷지 않고 새로운 성장의 열쇠를 찾아내는 것은 전적으로 무선호출업계의 몫이다. 경쟁도입의 최대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무선호출업계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최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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