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기로에선 국내 반도체산업 (하)

데이터퀘스트를 비롯한 여러 시장 조사 기관의 내년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은 대체적으로 밝은 편이다.

주력상품인 16MD램의 가격이 상당부분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64M급 제품의 부상이라는 호재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펜티엄 II의 보급 확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98 발표등 메모리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만한 결정적인 변수가 대기하고 있다.

시장 여건만 놓고 본다면 국내 반도체 업계로서는 2년여간의 불황을 거뜬히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96년부터 시설투자를 자제해온 국내 반도체 3사가 국내외에 대대적인 시설투자에 의욕을 보였던 것도 이러한 시장 예측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IMF라는 돌발적인 사태의 등장으로 이러한 시나리오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우려로 반전되고 있다.

『우리가 걱정하고 있는 것은 98년이나 99년의 시황이 아니다. 오히려 98.99년은 지난 2년에 비해 훨씬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IMF시대가 장기화되면서 투자 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차세대 제품인 2백56MD램 이후의 시장에서 국내 반도체 업체들의 입지가 급속히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국가적 차원에서 엄청난 자금을 쏟아붓고 있는 대만의 추격과 금융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고 이미 비메모리 분야에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업체의 공세가 예상보다 거세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결국 최근 우리경제의 위기는 그동안 『몸집 불리기』와 『수익 늘이기』에 길들여져 온 국내 반도체 업체에 뼈를 깎는 변신를 강요하고 있다.

IMF사태 이후 반도체 3사가 경쟁적으로 반도체 부문의 거품 제거와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지금의 위기 상황이 매우 긴박하다는 사태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내부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속도를 붙여야 할 때다. 지금처럼 메모리 분야의 편중된 구조로는 21세기는 커녕 향후 2~3년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도체 업체 관계자의 자성은 국내 반도체 산업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시사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1~2년 전부터 각사가 자구방안으로 활발히 추진해온 시스템IC, 임베디드메모리, 미디어프로세서 등의 비메모리부문 강화 노력이 조만간 결정적인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어쨌거나 지난 10년간 수출 주도의 국내 산업 구조에 결정적인 효자노릇을 담당해온 반도체 산업은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반도체의 위기는 여과없이 국내 산업의 존폐와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가볍게 보아 넘길 부분이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최근의 반도체 산업 위기가 반도체 산업 자체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점은 극히 다행스런 부분이다.

한 관계자는 『국내 D램 산업은 시장측면이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적정 수준의 비교우위를 가지고 있는 분야다.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국가 신용도가 회복될 경우, 급속히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위기론이 지나치게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해야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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