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한파가 자동판매기 제조업계의 구조조정을 재촉하고 있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그룹사의 부도가 잇따르면서 각 업체들이 한계사업을 정리하거나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수익성이 좋지 않았던 자판기사업분야를 대폭 축소하거나 정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그룹부도로 화의신청을 낸 만도기계의 경우 자판기사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내부방침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91년부터 자판기시장에 진출했던 만도는 이의 일환으로 하반기부터 부실 대리점을 정리하는 한편 우수 대리점의 취급 품목을 다양화하는 등 상대적으로 자판기 분야 매출비중을 줄였다. 따라서 만도기계가 다른 기업에 넘어가거나 화의신청이 받아들여져 자구노력이 진행돼도 자판기 사업부문은 회생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룹 부도위기로 한계사업 정리작업을 추진하는 해태전자의 경우 일단 자판기사업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국내 자판기 제조업체는 내년에 LG산전을 비롯해 삼성전자, 롯데기공, 해태전자 등 4사 경쟁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90년대 초 여러 업체들이 앞다투어 자판기 사업에 진출했으나 대우전자에 이어 두산기계가 도중하차했고 만도기계도 중단할 것으로 보인다』며 『5년후면 사활이 결정될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이 적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자판기 업계는 또 내년에 비음료업체군과 음료업체군 구분이 더욱 확실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산전과 삼성전자의 경우 한국코카콜라보틀링사(CCKBC)를 비롯한 음료업체들과 일반 오퍼레이터들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예상되며, 음료업체군인 해태전자와 롯데기공은 각각 해태음료, 롯데칠성 등을 주고객으로 삼아 자체물량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자판기 제조업체인 LG산전과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지난해에 근접한 매출실적을 올렸다. 물론 고가화 경향에 따라 금액으로는 다소 늘어났지만 전체적인 물량은 증가하지 않았다. 이들 업체는 내년 목표치를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잡고 있는데,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 없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내년에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 영역에 적극 진출, 다품종소량생산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LG산전을 비롯해 삼성전자, 해태전자 등은 스티커자판기 분야에 진출했으며 앞으로 품목을 다각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박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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