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기업의 자율경쟁

孫詩憲 청호나이스 사장

지금 국내 경제는 근본에서부터 체질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기업의 근원적인 재무구조 상태에서 대외경쟁력에 이르기까지 뿌리부터 모두 새롭게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 중견기업 할 것 없이 연이어 힘없이 쓰러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탈출구를 찾아야할 때인 것이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선의의 경쟁으로 시장을 키우고 경쟁력을 향상시켜나가기보다는 서로 견제하고 질시나 반목으로 상대방 기업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게다가 경쟁기업의 출현을 막기 위해 아예 거대한 공룡그룹으로 변모, 전 분야를 장악하는 데만 힘을 쏟고 있다.

최근의 상황은 여기서부터 우리 경제가 부실한 구조로 출발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한다. 대부분 덩치만 크지 실속이 없으며 선두업체라는 안일함이 내실 위주의 경영보다는 방만한 기업운영과 무리한 사업다각화로 이같은 사태를 빚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MIT의 엠스덴 교수는 한국에는 미국에서 공부한 7백여명의 경제학박사가 있지만 이들은 대부분 앵글로색슨 경제이론에 파묻혀 있을 뿐 한국문화에 알맞게 이를 적용하지 못하여 많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적용하지 못한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사업에 승산이 있으면 과감히 추진하고 승산이 없으면 깨끗이 물러나는 풍토에서 자유시장 경제원리는 페어 플레이로 선의의 경쟁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러한 합리적 사고방식도 페어 플레이 정신도 부족한 데다 오히려 이전투구에 급급하다. 여기에 정부는 자유시장 경제의 규칙을 만들고 기업들이 이 규칙을 잘 지켜 합리적 경쟁을 하고 페어 플레이를 하는지 감독하는 심판자 역할을 하기보다는 수수방관하고 있거나 아니면 한 쪽을 편들기 바쁘다.

엠스덴 교수의 지적처럼 외국의 경제학을 무비판적으로 적용할 것이 아니라 우리 문화에 맞는 자유시장 경제원리를 찾고 우리 기업간의 자율적인 경쟁을 보장해 줘야 한다.

어떤 분야든 선두주자가 있으면 당연 후발주자가 있다. 또 1위 업체가 2위가 될 수도 있고 2위 업체가 선두업체로도 나아갈 수도 있다. 이런 선의의 경쟁이 보장되는 자율적인 분위기만이 우리 기업들이 긴장을 놓치지 않고 스스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한다.

선두업체들은 그동안 쌓아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신뢰를 다져나가고 후발업체들은 약점을 극복하고 최고의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 차별화된 기술과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 낼 줄 아는 안목으로 선두업체가 간과하고 있는 틈새를 노려야 한다.

기업과 기업간에 선의의 경쟁이 보장되는 사회, 선두업체와 후발업체가 함께 커나갈 수 있는 자율적인 분위기만이 우리 기업들을 경쟁력있고 튼튼한 기업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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