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한파를 넘기 위해 재계가 초긴축 형태의 내핍경영 계획을 세우면서도 연구개발(R&D)부문 투자만큼은 줄이지 않고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 삼성, LG, 대우 등 주요 대기업들은 내년도 사업계획을 마련하면서 설비투자와 비용, 임금 등 거의 모든 부문을 축소하기로 했으나 R&D부문 투자만은 늘리거나 올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연구개발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기술개발을 소홀히 할 경우 무한경쟁시대에서 뒤질 우려가 있는데다 불황타개를 위한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도 연구개발 강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그룹은 최근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면서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보다 40% 줄이는 것을 비롯, 전체 투자규모를 30%나 축소하기로 했으나 R&D투자는 오히려 13% 늘어난 1조7천억원으로 잡았다. 현대는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만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 연구개발비를 늘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도 비상경영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임원급여를 삭감하고 조직과 경비를 각각 30%, 50% 줄이기로 했으나 R&D투자는 올해와 같은 1조9천억원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우그룹은 내년도 R&D투자를 올해 1조9천5백억원보다 12% 늘어난 2조2천억원으로 책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우는 내년에는 IMF 긴급자금지원의 여파로 극심한 내수침체가 예상되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 특히 해외사업장이 많은 만큼 연구개발비 뿐만 아니라 전체 투자비도 올해의 5조7천억원보다 6천억원 많은 6조3천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LG그룹도 최근 구본무 그룹회장의 지시로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한 전면 수정작업을 벌이고 있어 R&D 투자규모에 대한 정확한 윤곽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설비투자나 비용 등을 모두 줄이더라도 R&D투자는 축소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줄이는 대신 R&D투자를 늘리거나 올해 수준으로 유지키로 한 것은 외형보다는 내실에 치중하겠다는 의미』라며 『내년 경영환경은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기업들이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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