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문별 기술동향과 매출현황
올해 전자, 정보통신 산업계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내수시장의 침체, 정보통신시장의 경쟁체제 확대, 전자상거래의 등장,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른 정보통신시장의 개방 등 안팎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온 한 해였다. 게다가 올해를 한 달도 채 못 남겨둔 시점에서 불어닥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는 비단 전자, 정보통신업계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다.
이에 따라 전자, 정보통신업계는 무리하게 사업목표를 맞추기보다 최대한 견실하게 마무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 새해 사업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는 등 신중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올 한 해는 전자, 정보통신업계가 한숨을 쉴틈없이 긴장 속에 보낸 바쁜 해였다.
전자, 정보통신업계가 겪은 올해는 급속한 구조조정과 함께 글로벌화 및 시장개방 가속화로 대변될 수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EC)와 ITA의 등장은 새로운 환경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세계시장이 개방으로 치달으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많은 업체들이 도산하고 급변하는 경영환경 아래 살아남기 위한 전략적 제휴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경제불황이 지속되면서 벤처기업이 새로운 미래에 희망을 안겨줄 대안으로 제시돼 벤처기업 관련 특별법까지 제정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올 한 해 정부시책은 무역적자 해소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됐다. 수출의 기반이 되는 산업기반기술개발 등 인프라보다는 수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밑빠진 독에 물붓기 형식으로 역부족이었다. 반도체가격의 하락세와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위치가 샌드위치 상태에 놓였던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였다. 특히 신규시장으로 부상했던 러시아, 중국 등이 무역장벽을 높이면서 수출이 부진해 정부시책이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가운데 산업용 전자와 통신기기 등의 수출이 꾸준히 이어져 내년 수출확대의 가능성을 보였다.
올해 국내 전자업계의 총 생산은 5백47억7천7백만달러로 전년 대비 11.0%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96년 총 생산규모가 0.5% 신장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국내 전자산업이 활기를 되찾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전자, 정보통신업계는 개인휴대통신(PCS)서비스 등 신규 이동통신서비스 개시로 관련기기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가격폭락 등으로 침체됐던 반도체산업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각국의 경기회복으로 64MD램의 수출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전자, 정보통신업계의 수출은 하반기 이후 달러화의 강세 등으로 점차 가격경쟁력을 회복하면서 그동안의 부진에서 벗어나 2.9% 늘어난 4백24억6백만달러의 실적을 보였다. 수치상으로는 매우 미약한 수준이지만 지난해의 마이너스 5.4% 성장과 비교한다면 수출경쟁력이 되살아난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수출 회복세의 배경은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와 컴퓨터, 통신기기의 수출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의 경우 16MD램 수출은 크게 줄어든 반면 64MD램 수출은 큰 폭으로 늘어나는 등 수출구조가 64MD램 중심으로 전환됐다. 물론 실적은 지난해보다 0.6% 줄어든 1백77억3천5백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19.3% 감소한 것에 비하면 회복세로 내년에는 이같은 추세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컴퓨터의 경우 HDD는 대용량 제품수요 확대추세에 힘입어 수출이 전년 대비 3백%나 급증했다. 또 노트북PC 수출이 크게 늘어난 반면 수출 주종품목이었던 모니터는 세계적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하락으로 신장폭이 둔화되기는 했으나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18.3% 늘어난 60억7천8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기기는 휴대전화기 등의 수출호조에 힘입어 전년 대비 20.1%나 늘어난 27억8천3백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일반 전자부품도 두자릿수 증가세가 지속돼 80억2천4백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전망되는 등 새로운 수출 효자품목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같은 수출호조와 함께 국내외 전자, 정보통신업체간에 「전략적 제휴」가 유행처럼 번진 것도 올해 특기할 만한 변화 중 하나다. 선진국의 기술이전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독자적인 기술로는 살아남기 힘들고 특히 상호 협조로만 기술경쟁시대를 이겨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등 부품업계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전략적 제휴가 이제는 컴퓨터, 정보통신, 소프트웨어업계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고 제휴방식도 기술, 생산의 결합에서 서비스, 판매 등 마케팅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남전자가 마쓰시타전기와, 삼성전자가 인텔과, 현대전자가 마쓰시타전기와, LG전자가 GE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으며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LG-IBM, 대우통신, 현대전자 등 국내 PC제조업체도 최근 들어 PC시장의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고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됨에 따라 사업다각화와 전략적 제휴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 전자업계를 이끌어왔던 굵직한 대기업과 중견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한 것도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켈을 인수해 오디오사업에 상당한 의욕을 보였던 해태전자는 경기침체에 따른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쓰러졌으며, 회사이름까지 바꿔가며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을 쳤던 핵심텔레텍도 끝내 무너지고 말았다. 이밖에 크고 작은 전자업체들이 쓰러진 것은 경쟁력을 상실한 전자, 정보통신산업의 구조조정이 시급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세계 전자, 정보통신업계의 관심사로 부상했던 것 중 하나가 인터넷을 이용한 EC다. OECD는 최근 핀란드 투르쿠에서 가진 「범세계 전자상거래 구현을 위한 장애물 제거」회의에서 EC 확산을 위한 10대 과제를 확정했고 이에 따른 우리나라 정부와 민간 차원의 조직적인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 최대 이슈는 정보통신시장의 구조변화다. SK텔레콤, 신세기통신에 이어 한솔PCS, 한국통신프리텔, LG텔레콤 등 개인휴대통신(PCS)3사가 지난 10월부터 상용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시함에 따라 이동통신 춘추전국시대가 열린 것. 하지만 경쟁력이 없는 것은 사라지는 시장논리가 그대로 반영돼 시티폰 사업자들이 사업 포기의사를 밝혀 정보통신서비스가 반드시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아님을 판단하게 한 한 해였다. 올해 국내 이동통신 단말기시장은 디지털 휴대폰 및 PCS 단말기를 포함해 대략 1조7천억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며 98년에는 2조3천4백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앞으로 2001년까지 5년간 총 8조9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범세계 위성휴대통신(GMPCS) 및 차세대 이동통신(IMT 2000) 등 이 분야에 새로운 서비스가 잇따라 도입됨에 따라 단말기시장도 만만치 않게 성장해 또 다른 황금시장으로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보통신분야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세계 주요국간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지난 7월 1일부터 1단계 정보기술협정이 전격적으로 시행됐다. 정보기술협정 시행으로 중앙처리장치(CPU)를 포함한 반도체 소자 및 재료, 반도체 제조장비 및 부품 등 30개 품목의 관세가 인하됐다. 지난해 12월 싱가포르 WTO 각료회의에서 타결된 정보기술협정이 7월부터 발효됨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협정가입 43개국은 이들 정보기술 제품에 대해 지난 7월 1단계 관세인하를 시작했고 또 98년 1월 2단계, 99년 1월 3단계 인하를 통해 2000년 1월에 최종적으로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이보다 한 단계 나아간 2단계 정보기술협정이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정부와 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책 수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전업계의 올해 숙원사업이었던 「가전제품 폐기물 예치금 해당 제외」는 올해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결국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를 중심으로 한 가전업계는 지난달 폐기물 예치금 대상품목에서 가전제품을 제외하는 대신 가전업체들이 수거된 폐가전제품을 재활용 또는 처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특히 통상산업부는 가전제품에 대해 폐기물 예치금 부담을 없애는 것을 골자로 한 「가전제품 재자원화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을 추진했으나 환경부의 반발로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또 컬러TV, 냉장고 등 범용 가전제품에 대한 특소세 폐지문제는 최근 열린 IMF 대기성 차관협약에서 오히려 확대되는 것으로 방향이 선회, 가전제품의 가격을 부추기게 됐다. 수입선 다변화제도 폐지문제도 IMF 협상에서 불거져나와 앞으로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경우 국내 전자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가져다줄 사안 중 하나다.
<정창훈, 감병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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