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 투자분위기 급속 냉각

국내 경제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관리하에 들어가면서 반도체업계의 투자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어 차세대 제품인 2백56MD램 이후의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에서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입지가 크게 축소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산업은 일부 외국의 시장분석기관에서 앞으로 7∼8년 안에 되살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내놓을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3사는 물론 신규로 반도체 일관가공라인(FAB)부문에 뛰어든 아남산업 등은 대부분 내년도 설비투자를 당초 목표의 절반 이하로 크게 줄이는 한편 해외투자 프로젝트도 중단하거나 보류키로 하는 등 초긴축 경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의 IBM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분야에 신규 진출하려던 동부그룹의 투자계획도 최근의 경제사정 때문에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처럼 선행 기술개발 투자가 시장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반도체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시설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IMF의 실세인 미국이나 일본이 한국 반도체산업을 과잉투자의 표본으로 주목하고 있어 생산시설 확충이 쉽지 않은 데다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설비투자 재원을 확보할 방안이 신용도 추락으로 봉쇄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업체인 삼성전자는 당분간 D램분야에 시설투자를 자제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수율향상과 칩 사이즈 소형화 등 생산성 향상을 통해 생산량 증대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98년도 시설투자는 올해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전자 역시 98년 반도체부문의 시설투자비를 올해의 50%선으로 억제키로 내부 방침을 확정했으며 LG반도체도 내년도 추가 시설투자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올해 FAB사업에 진출한 아남그룹은 당초 98년도 하반기 중에 실시키로 했던 2차 FAB라인 증설을 보류키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IBM의 기술도입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사업을 추진해온 동부그룹 역시 금융시장 혼란이 계속되면서 시설투자를 위한 재원 마련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당분간 사업 추진을 보류한 상태다.

국내 생산시설 투자뿐만 아니라 95년부터 경쟁적으로 추진돼온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해외투자 의욕도 급랭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국 오스틴공장과 현대전자의 유진공장에 대한 2차 투자계획이 사실상 백지화됐으며, 현대전자가 진행중인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 건립도 98년내 성사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또한 LG반도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미국과 영국 웨일스지역 반도체공장 설립계획도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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