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5년 미국의 화학자 고든 무어는 「반도체 칩의 정보기억량은 18∼24개월 단위로 2배씩 증가하지만 가격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그 유명한 「무어의 법칙」을 발견해냈다. 무어 박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새로운 칩이 등장할 때마다 컴퓨팅파워가 비약적으로 증가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무어의 법칙대로라면 오는 2000년경이면 대형 컴퓨터도 힘든 1㎓ 속도에 빕스(BIPS:초당 10억 명령어 처리=1천MIPS) 수준의 성능을 실현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나올 전망이며, 나아가 인간의 두뇌에 보다 가까워지는 꿈의 프로세서들도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무어의 법칙은 실제 32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71년 개발된 세계 최초의 프로세서 「4004」에서 26년 후인 97년 5월 발표된 펜티엄Ⅱ까지는 3천2백60배의 기억량 증가가 있었다(무어의 법칙대로 순증할 경우 약 3천80배). 집적된 트랜지스터(TR)수가 2천3백개에서 7백50만개로 늘어난 것이다.
컴퓨팅파워의 증가도 거의 주기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볼 수 있다. 예컨대 4칙연산 계산기용으로 개발된 4004 프로세서가 데이터와 문자연산이 가능한 8008을 거쳐 PC의 중앙처리장치(CPU)로 채택된 8086으로 발전하기까지는 7년 만의 일. 이어서 컴퓨터 성능의 비약적 발전을 의미하는 32비트 문자세트를 지원하는 i386이 나오기까지도 7년이 걸렸다. 다시 PC를 워크스테이션 성능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계기를 제공한 펜티엄까지 7년여. 가히 놀라운 발전이다.
따라서 현재의 추세라면 버스대역폭 1백28비트, TR집적도 1천만개 내외, 클록스피드 1㎓ 등의 사양을 갖게 될 차세대 마이크로프로세서(프로세서)도 7년 후인 2000년에는 가능할 전망이다.
무어의 법칙에 따라 프로세서의 정보기억량을 배가시켜주는 요소기술로는 회로 간극인 선폭을 좁혀 TR집적도를 높여주는 미세가공기술이 으뜸으로 꼽힌다. TR 2천3백개가 집적된 4004의 선폭은 10마이크론미터(, 1백만분의 1m), 27만여개가 집적된 i386DX는 10분의 1인 1였다. 선폭이 워낙 미세한 1 이하부터는 고전압을 이용해 불순물 가스나 이온을 직접 주입, 반도체 표면을 부식시키는 최첨단 드라이 에칭(Dry Etching)기법이 도입됐다. 이 기법을 이용한 0.8 가공기술이 도입된 것은 91년 발표된 i486DX 50㎒ 버전부터다.
현재 업계의 선폭기술은 IBM이 0.25, 인텔, AMD, 사이릭스, 디지털 등이 0.35대로 낮아졌다. TR집적수도 지난 4월 발표된 AMD의 K6가 8백80만개를 기록, 1천만개 집적도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무어의 예언처럼 컴퓨팅파워가 TR집적도에 비례해 물리적으로 상승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앤디 그로브 인텔 회장이 한 공식회의에서 언급했던 「죽음의 계곡(Valleys of Death)」은 바로 이 문제점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여기서 계곡이란 프로세서와 PC를 연결하는 버스부분으로, 데이터와 명령어가 오가는 길목을 말한다. 따라서 버스의 대역폭이 넓으면 PC의 처리속도가 증가하고 반대로 좁으면 심각한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예컨대 이같은 상황은 32차선 도로가 갑자기 8차선으로 줄어드는 것에 비유되는데 이같은 현상은 PC 아키텍처가 처음부터 버스를 통해 프로세서와 각종 주변장치를 계속 접속해가는 개방형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그로브 회장이 지목한 죽음의 계곡은 프로세서와 메모리장치 사이, 프로세서와 그래픽 처리장치 사이, 메모리장치와 그래픽 처리기 사이 등 3대 난관이었다. 특히 그래픽부분의 대역폭은 최근 오디오, 비디오, 이미지, 3차원(3D) 등 멀티미디어 애플리케이션 처리요구가 급증하면서 프로세서 컴퓨팅파워를 결정하는 관건이 되고 있다.
이 3대 난관의 대역폭을 확장해주지 않고는 TR집적도에 상응하는 컴퓨팅파워 구현이 어렵다는 것이 그로브 회장의 지적이다. 그는 또 차세대 프로세서 기술개발의 핵심은 바로 이 대역폭 문제 해결에 모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대두된 확장기술로는 MMX, MVI, DIB, AGP, EPIC 등이 꼽히고 있다.
95년 이후 발표된 인텔의 펜티엄프로, 펜티엄MMX, 펜티엄Ⅱ를 비롯, AMD의 K6, 사이릭스의 6x68MX, 디지털의 알파21164, IBM의 파워604e 등은 모두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기 위해 대역폭 확장기술을 채용한 제품들이다.
전문가들은 PC 아키텍처와 프로세서가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 시점에서 이들 확장기술은 하드웨어의 물리적 한계를 논리적으로 극복해주는 최첨단 기술들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이같은 기술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한다면 인간의 두뇌와 유사해지려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꿈은 10년 이내에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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