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 경쟁확대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92년 10개의 제2 무선호출사업자 허가를 신호탄으로 총 37개 사업자가 등장한 통신서비스시장이 과연 대외개방을 앞두고 자생력과 체질 강화라는 지상명제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세계무역기구(WTO)체제 개막에 앞서 정부가 추진해온 통신서비스 경쟁체제의 현주소와 문제점을 분야별로 진단해본다.
<편집자>
『국내에서야 거인이니 절대강자니 하며 추켜세우지만 초대형 외국업체와 견주기는 어렵습니다. 엄청난 규모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도 선진업체들과 경쟁하기가 어렵고 또 선진 마케팅기법을 배우기도 힘겨운 판에 내수경쟁으로 발목이 잡혀 있으니 답답하기만 합니다.』(이동통신서비스 관계자)
『유일한 돌파구는 수출밖에 없습니다. 정부와 업계가 한덩어리가 돼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있지만 외국의 거대 경쟁사들을 도저히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솔직히 벽에 부닥친 느낌이고 이제는 그나마 경쟁력 있는 단말기 중심으로 전략을 수정해야지요.』(장비업체 관계자)
이동통신업계는 서비스업체와 장비업체 모두 수렁에 빠져 있다. 이동전화(PCS 포함) 가입자 6백만명 돌파는 기록적이지만 대외경쟁력의 토대가 되는 산업기반은 불안하기만 하다. 인구 4천만의 나라에 5개의 전국사업자가 난립, 경쟁이 아닌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선발업체인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은 내수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전 경영역량을 對PCS전에 투입하고 있다. SK는 차세대 이동통신 등에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한다고 하지만 당장의 경영자원은 이동전화시장 지키기에 동원되고 신세기는 아예 적자에 허덕여 내일을 설계할 여력이 있는지조차 의심받고 있다.
PCS업체들은 각각 2조원 이상의 초기투자비를 쏟아붇고 있고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려면 최소 2백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필요하지만 「그날」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만약 이들 중 어느 하나라도 투자비를 감당 못하고 휘청한다면 국가경제적으로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경쟁확대정책으로 신규 사업자가 1개에서 3개로 늘어난 것은 1차적 원인이고 신규 서비스의 차별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2차적 문제점이다. 적어도 사용자가 느끼기에 휴대폰과 다른 점이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국내엔 5개의 휴대폰사업자가 등장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경쟁력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한 이야기다.
서비스와 함께 동전의 양면을 구성하는 것이 장비를 비롯한 이동전화시스템이다. 세계 최초로 상용서비스에 나선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이동전화 활성화를 통해 관련시스템의 국제경쟁력을 확보하자는 것은 정부의 경쟁확대정책이 노리고 있는 또 하나의 목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비록 미국을 비롯, 중남미 등지에서 CDMA 신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절대 규모면에서 부족하고 이마저도 루슨트 등 외국기업 차지가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백16만달러어치를 수출했던 디지털이동전화 교환기는 올7월말 현재 단 한건의 실적도 없고 4백96만3천달러였던 송수신기도 7월까지 1백만달러에 그쳤다. 3백26만4천달러였던 중계기는 25만5천달러의 미미한 기록만을 남기고 있다. 지난해 1백1만달러로 수출 리스트에 등재했던 개인휴대통신시스템은 8만6천달러다. 정부와 업계가 시장개척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가격, 성능, 금융조건 대부분이 외국 대기업이라는 「현실의 벽」에 맞닥뜨렸기 때문이다.
다행스런 것은 단말기부문이다. GSM을 포함, 지난해 디지털단말기 총 수출물량은 3억8천만달러. 올들어서는 7월 현재 벌써 전년 총량을 넘어서는 4억2천만달러를 기록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월별 수출물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단말기는 경쟁확대정책의 유일한 「우등생」으로 꼽힌다.
단말기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이동전화분야는 초기의 혼란치고 그 정도가 지나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적 팽창만을 추구한 정책으로 로열티만 벌써 1억달러 이상을 챙긴 퀄컴의 배만 불려줬다는 목소리는 그래서인지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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