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弼煥 한국통신 통신경제연구소 소장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함에 따라 앞으로 국가의 주요 경제정책은 IMF의 간섭을 직, 간접적으로 받게 됐고 국내 산업구조 전반에 대해서 그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97년 정보통신산업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정보통신시장 규모가 54조원으로 국내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에 달함으로써 정보통신산업은 명실공히 우리 산업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 91년 이후 정보통신시장은 연간 20% 이상 성장을 지속해 왔고 최근 극심한 경기부진에 시달리는 다른 산업과는 달리 호황을 누려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경제의 전반적인 침체와 외환위기의 도래로 IMF의 구제금융까지 받는 시점에서 정보통신산업계도 앞으로 심각한 구조조정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보통신산업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면서 IMF구제금융에 따른 정보통신 구조합리화 방향에 대하여 몇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이번 기회에 정부의 통신산업 부문의 각종 규제나 제도가 더욱 더 완화되거나 철폐되어야만 한다. 멕시코의 경우에도 지난 94년말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 시작했을 때 IMF는 우선적으로 국가 기간산업에 속하는 철도, 항만, 공항, 방송, 통신 분야에 있어 민영화를 강력히 추진하도록 하였듯이 IMF는 우리나라 국가 기간산업의 민영화를 적극 추진토록 요구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경쟁환경의 조기정착이라는 취지 아래 신규 사업자들에 대해 진입에 유리한 각종 요금정책을 써왔다.
그러나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외국 통신사업자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유리한 요금정책을 신규 사업자들에게 부여하기보다는 진정한 의미의 시장 지향적 요금 자율화를 통해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개방의 압력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다수의 신규 사업자의 등장으로 무리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통신시장도 새롭게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IMF의 구제금융으로 인한 국내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 및 합병처리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따른 여파로 외국 통신사업자가 국내 통신시장 진출시 치열한 경쟁에서 부실이 예상되는(과도한 차입 등) 국내 통신사업자와의 M&A가 가속화할 전망이다.
특히 올해 3월에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 시티폰 사업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규모의 판단없이 정보통신 사업이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라고 누구나 뛰어들어 과열경쟁으로 부실화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기업의 전형적인 경영행태이긴 하지만 정부는 국내 통신시장의 자생력 강화라는 목적 아래 11개 업체에 시티폰 사업을 허락해 주고 또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에 3개의 업체를 선정, 통신사업의 경쟁체제가 미흡한 상태에서 지나치게 무리한 경쟁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부실기업의 정리와 통신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앞으로 M&A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인 검토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셋째 그동안 정부주도로 실시되었던 초고속망 투자에 대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 IMF의 구제금융은 초강력 긴축재정을 위한 공공부문 투자의 상당 부분이 축소 혹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정보고속도로(Information Super Highway) 구축에 있어 정부 역할은 단지 방향제시를 하는데 그치고 이윤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순수 민간투자를 유도하여 정부의 참여를 최소화하였다.
따라서 우리의 경우도 정부가 초고속망 구축에 직접적으로 간여하기 보다는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해외증권 발행과 상업차관의 도입 등에 관한 규제를 철폐함으로써 민간 주도형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확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외환위기에서 해외 건설 수주가 국제수지에 톡톡히 한 몫을 하듯 축척된 노하우로 우리도 이제는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만 한다. 세계 최첨단 수준인 우리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기술은 정보통신산업에서 대표적인 성공사례이기도 하다. 해외시장 선점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하루 속히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는 미국 퀄컴사에 지금까지 1천 6백억원이 넘는 거액의 로열티를 지불해 왔고 지속적으로 이 액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우리나라의 통신사업은 정부에서 의도한 통신시장 개방의 사전적 대비와 내부 경쟁력 강화를 통한 통신사업자의 체질강화가 채 정비되지도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위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도 이러한 위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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