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DEX Fall `97] 결산

[라스베이거스=컴덱스 특별취재반] 전세계 컴퓨터, 정보통신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지난 17일(미국 현지시각)부터 5일간에 걸쳐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및 샌즈엑스포전시장, 힐튼호텔에서 열린 「97추계 컴덱스」가 21일 폐막됐다.

한국을 비롯, 1백20개국 2천1백개 컴퓨터, 정보통신업체가 1만여점의 제품을 출품한 이번 컴덱스 쇼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회장의 개막 전야제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개막됐다. 하지만 97추계 컴덱스는 지난번 전시회와 달리 특별한 신제품, 신기술이 발표되거나 세계 정보기술(IT)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거대 공룡기업들간 자존심을 건 기술경쟁이 전개되지 않아 다소 맥이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빌 게이츠의 개막연설도 과거와 같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현재의 컴퓨팅 환경을 강조해 청중들에게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제품중 대다수가 지난 전시회에 선보였던 제품보다 다소 기능이 향상된 수준에 머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세계 컴퓨터, 정보통신산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올 신제품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인터넷, 멀티미디어, 통신, 방송 등 모든 IT기술이 하나로 통합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가고 있음을 추계 컴덱스는 여실히 나타냈다.

또 이번 컴덱스는 컴퓨터, 정보신 기술의 융합 움직임과 더불어 관련 기기들이 더욱 경박단소화되는 가운데 기능은 더욱 복잡해지고 사용하기에는 편리하게 설계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컴퓨터 주변기기 분야에서는 기술 진보가 크게 이루어졌는데 고밀도, 대용량의 디지털 다기능 디스크(DVD),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FDD), 하드 디스크 드라이브(HDD) 등 각종 저장장치 및 박막트랜지스터(TFT) LCD를 이용한 평면 모니터 등은 앞으로 세계 컴퓨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소니, 도시바, NEC, 알프스 등 일본업체들이 두각을 나타낸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업체들도 한몫 단단히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올해 주요 컴퓨터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출품한 HPC, 디지털 카메라, 웹TV, DVD플레이어, 대화면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장치, 디지털 위성방송 수신기 등은 오는 2000년경 세계 컴퓨터산업을 리드할 가능성을 보여준 제품이었다.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는 인텔의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IBM, DEC, AMD, 사이릭스 등이 신제품 개발 비전을 밝혔으나 관람객의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멀티미디어 분야에서는 DVD와 관련된 제품들이 대거 출품된 가운데 3차원 입체영상, 음성을 지원하는 컴퓨터 주변기기들이 선보였고 1백12kbps급 팩스모델도 발표되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차세대 컴퓨터 주변기기 접속규격으로 부각되고 있는 USB를 지원하는 모니터, 프린터, 주변기기들이 대거 등장해 앞으로 주변기기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데스크PC와 노트북에서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더욱 보강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출품되어 선풍적인 화제를 불러모았던 NC 및 넷PC는 HPC에 대한 스포트라이트가 너무 강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게 관람객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소프트웨어분야에서는 특별히 핫이슈로 부각된 것이 없었던 가운데 마이크로소프트가 발표한 「윈도CE 2.0」과 「윈도98의 베타버전」에 대한 일반 및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또 노벨, 로터스 등의 기업용 인트라넷 솔루션 경쟁과 클라이언트서버 개발툴, 워크플로 등도 주목받았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원 탓인지 윈도NT 기반의 솔루션이 많이 눈에 띄었던 점도 특징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컴덱스 주제의 하나로 신설된 통신분야에서는 인터넷을 보다 빠르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전송 및 모뎀기술과 컴퓨터와 통신을 통합한 컴퓨터통신통합(CTI) 관련 솔루션이 대거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올해에는 인터넷을 통신용 단말기에서 직접 구현할 수 있는 정보단말기(PDA)뿐 아니라 인터넷망이나 전화망을 통해 실시간 영상통화가 가능한 영상전화기, 웹비디오 폰 등이 눈길을 끄는 신제품이었다.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들은 자사의 첨단 제품을 홍보하는 데 열중하면서 한편으로는 판매상담에도 열을 올렸다.이는 컴덱스쇼가 하이테크놀러지를 소개하는 장인 동시에 전세계를 상대로 한 대규모 판매거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컴덱스를 주최하고 있는 컴덱스소프트뱅크사는 이번 컴덱스 기간 동안 전세계 1백50개국에서 25만여명이 다녀갔고 약 1천2백만달러 정도의 거래상담이 이루어졌다고 공식집계했다. 국내에서는 50여개 기업이 1천여개의 제품을 전시, 세계 컴퓨터, 정보통신기업들과 기술경쟁을 벌였으며 상당한 규모의 수출상담 실적을 올린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컨소시엄 형태의 공동전시관을 마련한 국내 중소기업들과 벤처기업의 경우 예상외로 수출상담이 활발하게 전개돼 내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컴퓨터, 정보통신 업체들에 이번 컴덱스는 커다란 도움을 안겨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국내 경기부진 여파로 한국인의 컴덱스쇼 관람객수는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들었다는 게 여행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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