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가격의 하락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의 가격하락폭이나 가격인하요구 횟수 등은 예년의 단순한 가격인하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해에는 그동안 일반 부품시장의 신장에 견인차 역할을 해온 TV시장이 생산기지의 해외이전 가속화와 내수시장 부진으로 크게 위축된 것과 모니터의 대외경쟁력 제고를 위한 움직임의 본격화가 부품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래도 예전에는 가격인하로 인한 부담을 구매물량확대로 보전해준 경우가 많아 생산을 지속해왔지만 올해의 경우는 국내 TV생산량 자체가 크게 줄어들어 부품수요가 위축돼 주문량은 예년 수준에 크게 못미치지만 주문이 있다는데 만족해야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모니터의 경우 가격경쟁력 뛰어난 대만, 동남아산 제품과의 입찰경쟁에서 유리한 고지 차지하기위해 가격을 대폭 인하한 것이 그대로 부품업계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S사 C차장은 『전에는 한해에 한번정도 있었던 세트업체들의 가격인하 요구가 올해에는 두차례 이상 있었으며 인하요구폭도 예년에는 10%내에서 조정되었는데 최근에는 그 정도의 인하폭으로는 양이 차지않는다는 식으로 한번에 15~20%씩의 인하를 요구하는 업체도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또한 원가절감을 위해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 새 생산거점을 마련하는 등 부품업체들의 해외생산이 가속화돼 현지에서 생산되는 제품이 국내 시장에 공급되면서 최근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가격을 해외에서 생산한 제품가격으로 맞추는 경향도 없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세트업체들이 모니터 등의 연간 수출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공급물량의 확대라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세트가격 자체가 경쟁입찰을 통해 대폭 인하된 것이어서 결국 그 인하폭을 부품업체들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부품공급을 맡아야할지 말아야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필름콘덴서업체는 세트업체의 가격인하 요구 폭이 너무 커 물량이 커서 아쉽긴 하지만 공급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세트업체들이 얼마전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부품경쟁입찰제와 글로벌소싱화도 가격하락에 한 몫하고 있다.
K사의 S상무는 『콘덴서, 저항기 등 범용 부품의 경우는 국내 부품업계의 품질 수준이 어느정도 올라선 것으로 보고 가격이 낮은 제품을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제조원가를 줄이기 위해 중소기업들에 부담을 전가하기보다는 대기업이 나서서 제품 설계 및 제조공정을 개선, 부품의 표준화 등을 추진해 부품제조원가를 줄일 수 있도록 해 자연스럽게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등 상호 협조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부품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주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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