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CDR(기록, 재생 가능한 콤팩트디스크) 생산업체들이 CDR 기록면의 색깔에 의해 품질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국내 특수한 시장상황으로 초기시장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레미미디어, SKC, 웅진미디어, 태일정밀 등 기록면이 초록빛을 띠고 있는 CDR을 생산하는 국내업체들은 『초록빛 CDR이 금빛 CDR에 비해 품질이 떨어진다』는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시장개척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소비자들의 「잘못된 인식」탓에 초록빛 CDR은 금빛 CDR에 비해 5백원 정도 낮은 장당 2천5백원선(소비자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며 국내 전체 CDR 시장의 80% 이상을 외산 일색인 금빛 제품에 내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국내시장에서 호응을 받지 못함에 따라 국내 CDR 생산업체들은 내수시장에는 전체 생산량의 10%도 안되는 물량만을 공급하고 있는 등 판매확대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
국내 생산업체들은 잘못된 소비자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두 제품을 자체 비교, 평가, 초록빛 CDR이 품질면에서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는 내용의 자료를 유통업체들에 배포하는 등 애를 쓰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이미 기존 인식이 고착화돼 있어 상황을 변화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도레미미디어는 최근 코닥필름, 필립스의 금빛 CDR과 TDK 및 자사의 초록빛 CDR을 대상으로 디지털 신호오차율 정정회수, 파형신호 해독능력 등 25개 항목을 비교, 평가한 결과, 『두 제품의 차이는 거의 없었으며 오히려 초록빛 CDR이 우수한 판정을 받은 항목도 많았다』고 밝혔다.
국내 생산업체들은 CDR의 빛깔로 품질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국내에만 존재하는 특수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외국의 경우 현재 빛깔에 따른 품질평가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는 외국업체와의 수출상담시 CDR의 빛깔에 대한 문의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도 입증된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국내의 「특수상황」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금빛 CDR을 생산하는 일본업체들이 펼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의 결과』로 풀이하기도 한다. 현재 금빛 CDR을 공급하는 업체는 일본 코닥필름, 미쓰이화학과 필립스 등으로 지난 94년말부터 필립스와 일본 야마하가 CDR 드라이버를 국내에 공급하면서 전략적으로 금빛 CDR을 번들용으로 판매, 금빛 CDR이 신기술에 의한 혁신적인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었다는 것이다. 또한 당시 하자율이 높은 일부 초록빛 CDR이 국내에 유입된 것도 초록색 CDR을 평가절하하는 「특수상황」을 조성하는데 한몫을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SKC의 이한경 차장은 『CDR의 기록면이 다른 색채를 띠고 있는 것은 레이저 빛을 받아 화학작용을 하는 색소의 차이에 따른 것이며 이같은 색소의 화학반응도는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관련산업 육성차원에서라도 소비자의 인식전환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해설] 금빛.초록빛 CDR 어떻게 다른가
CDR이 금빛, 초록빛 등의 다른 색채를 띠는 것은 레이저 빛을 받아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색소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CDR은 투명한 원판에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색소를 입힌 후 얇은 금, 또는 은을 표면처리하는 과정으로 제작된다.
금빛 CDR에 사용되는 색소는 일본 미쓰이화학이 개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프탈로시안(Phthalocyan)으로 이 색소는 투명한 빛을 발산하고 있어 금으로 표면처리된 후에도 금빛을 그대로 표현해 준다.
현재 미쓰이화학과 이 회사로부터 프탈로시안을 공급받고 있는 코닥필름이 이같은 금빛 CDR을 생산하고 있으며 필립스 등은 이들 업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받아 시판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초록빛 CDR에 사용되는 색소는 시안(Cyan)으로 이 색소는 파란빛을 발산하고 있어 금빛과 겹치면 초록빛을 띠게 되는 것이다. 초록빛 제품은 CDR이 처음으로 개발된 지난 89년부터 일본 TDK, 다이오요덴 등 대부분의 외국업체와 최근 생산에 들어간 국내업체들이 주력 생산하고 있다.
이밖에 시안 색소를 사용 후 은으로 표면처리해 파란 빛을 띠는 CDR도 일부 생산되고 있으나 은이 금에 비해 화학반응도가 낮기 때문에 품질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만일 금빛, 초록빛의 품질이 차이가 있다면 프탈로시안과 시안의 화학반응도의 차이일텐데 두 색소에 대한 공식적인 비교, 평가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국내 생산업체들이 이들 색소를 채택한 CDR제품에 대해 실시한 비교실험 결과가 평가의 자료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 결과에서는 두 제품의 품질상의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 색소의 화학반응도 차이 역시 거의 없을 것이라는 추론을 하게 한다.
<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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