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가전 수출이 가전업계를 살린다]

최근들어 국내 가전업계의 어려움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인해 내수시장의 성장율이 둔화되고 있는데다 수출부문도 미국 및 유럽지역의 반덤핑관세 부과 등의 여파로 크게 감소해 중견가전업체들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이른바 백색가전제품의 수출이 호조를 보여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원화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출위주의 국내 가전산업은 오히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백색가전은 문화, 오락용 상품의 성격이 강한 AV제품과는 달리 생필품이라는 인식이 보편화돼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해당 국가의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외산 가전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AV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백색가전이 내수용 제품으로 한정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인 셈이다. 이같은 백색가전 제품의 태생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산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이 올들어 수출이 크게 늘면서 전 세계인들의 생활문화를 영위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0월말까지 냉장고, 에어컨,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 백색가전 주력제품의 수출실적이 전년동기 대비 10% 이상 증가했다. 또 수출주력제품이 저가 보급형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형제품으로 옮겨지고 있으며 수출지역도 중국, 동남아 등 개발도상국 중심에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등 양적, 질적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말 부터 일본 큐수지방에 486리터 2도아형 냉장고의 시험판매를 1년간 실시해 본 결과 당초 목표인 1천대를 돌파, 2천대 이상 판매되는 실적을 올렸다』며 『이같은 현상이 일본 뿐 아니라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백색가전의 수출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가전전문업체인 대우전자에게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대우전자의 한 관계자도 『국산 가전의 수출이 전반적으로 급감하고 있지만 입체냉장고 탱크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44% 이상 증가해 기현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라고 최근의 백색가전제품의 수출호조에 대해 밝히고 있다. 실제 대우전자 백색가전의 수출증가율은 전년대비 37.6%로 지난해 증가율에 비해 5% 포인트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5대 제품내에서 백색가전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7.8%에서 올해에는 30.5%로 높아질 것으로 보여 그동안 TV 및 VCR 위주의 수출구조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과거에는 수출상품으로 전혀 주목받지 못해왔던 백색가전이 새롭게 수출유망상품으로 떠오르게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바로 우수한 품질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공통된 견해다. 국내 소비자들의 가전제품의 대형화, 고급화라는 소비추세가 국내업체들로 하여금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게 됐다는 것. 여기에 WTO체제로 각 국가의 내수시장이 완전경쟁체제에 돌입하고 국내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해외현지에 생산공장을 건설, 현지 실정에 맞는 가전제품을 속속 생산하면서 상대적으로 품질이 뒤떨어진 로컬상품들을 대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업계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첨단이라는 용어와는 동떨어져 그동안 정부 및 최고경영자, 일반 국민들의 관심에서 한 켠으로 벗어나 사양산업이라는 가전산업 백색가전제품이 불황기 국내 가전업계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급격히 늘고 있는 백색가전의 수출은 첨단 부문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사업 조차 제대로 벌이지 못하고 있는 전자업계에 하나의 교훈을 던져주고 있는 셈이다.

<양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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