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략적 제휴와 담합

方孝相 LG전자 한국영업본부 기획담당 이사

『자동차회사와 카드회사가 만나 오토카드를 내놓다』 『통신회사와 소프트웨어회사가 공동으로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 실시』

이런 기사들이 최근 심심찮게 신문지면을 장식한다. 비슷한 업종이나 혹은 전혀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각자가 가진 기회와 강점을 공유하는, 소위 「전략적 제휴」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이는 미국의 경우에는 이미 80년대부터 일반화한 조류이며 국내에서도 소규모의 기업간 업무제휴가 이루어지다가 최근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카드회사와 제휴하여 새로운 개념의 카드를 내놓는 등 그 움직임이 점차 본격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간의 업무제휴는 「협동」이라기보다는 「야합」으로 비쳐져 소비자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하고 정부의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 전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기업간의 제휴는 과거의 그것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담합은 소비자를 희생시키며 사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최근에 이루어지는 전략적 제휴는 소비자를 위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다. 또 다른 차이는 과거의 담합이 기존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최근에 이뤄지고 있는 제휴는 새로운 시장의 창출을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차이의 기저에는 소위 「네트워크 경제」가 있다. 이는 정보기술 등의 발달로 기업 내부의 하부조직들이나 기업들의 신경망이 연결되어 긴밀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지면서 나타나는 일종의 시너지효과를 말한다. 네트워크 경제는 초기에 정보기술을 통해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직접비용을 정보기술을 통해 공통간접비화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일종의 「범위의 경제」를 일컫는 개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광범위한 「역량의 공유」로 발전하고 있다. 여건이 성숙되면서 이와 같은 광범위한 공유기회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자체적인 역량의 개발과 함께 역량을 공유할 기회를 찾는 능력이 기업의 성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더 이상 억측이 아니다.

최근 산적한 구조적 문제로 신음하는 국내 경제에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다가도 그나마 희망을 갖게 되는 것은 참신한 아이디어만으로 시작하여 고속성장하는 벤처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2중의 적자와 고실업률, 경쟁력 저하로 신음하던 80년대의 미국이 최근 경제 전반의 활력을 찾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이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들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이와 같은 기대는 허황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이 「든든한 후원자」가 아닌 「적당한 제휴선」을 만나지 못해 애써 개발한 신기술이나 노하우를 사장하는 수가 많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벤처기업뿐 아니라 최근 부도 등의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보면 서로를 배제하기 위한 출혈경쟁의 희생양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약육강식이 지배한다고 믿는 야생의 생태계에서조차도 악어와 악어새, 콩과 박테리아와 같은 공생관계가 목격된다. 이와 같은 관계가 환경의 혜택보다는 환경의 위협이 도사리는 속에서 자주 관찰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려운 환경일수록 상대를 적으로 보기보다는 서로 상대에게서 기회를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게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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