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정보기기 생산 10위.수출 15위

우리나라 정보기기(컴퓨터본체와 주변기기)산업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은 물론 싱가포르, 대만 등 경쟁국 쫓기에 버거워하고 있는 한국의 정보기기산업이 이제는 중국에 추월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최근 조사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정보기기산업은 지난해 전세계 국가별 랭킹에서 「생산10위, 수출 15위」로 전자산업 세계 4위(생산)의 자리를 무색케 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국가의 정보기기 생산액을 보면 미국과 일본이 각각 32.9%, 30.8%로 전세계시장을 주도했으며, 그동안 한국의 주요 경쟁국으로 인식돼온 싱가포르와 대만은 각각 9.3%, 7.1%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3,4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한국의 정보기기 생산액은 지난해 78억6천만달러로 10위에 머물러, 이들 국가와 비교하기가 어색할 정도다.

미국과 일본은 제쳐두고라도 세계 3위인 싱가포르의 정보기기 생산액은 지난해 2백40여억달러 규모로 한국의 3배 이상에 달했으며, 대만의 생산액은 1백85억달러로 한국과 2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또한 정보기기 수출면에서도 한국은 지난해 54억2천만달러 규모로 세계 15위를 차지해 강력한 경쟁국가인 대만의 4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요국가의 정보기기 수출은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 3개국이 세계전체 수출의 절반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은 4백14억8천만달러, 싱가포르는 3백71억7천여만달러, 일본은 3백11억달러 등으로 이들 3개국이 1천억달러 이상을 차지해 전세계 수출액 2천여억달러의 50%를 넘어서고 있다. 대만도 정보기기 수출액이 지난해 2백18억5천만달러를 훨씬 넘어서 4위에 올라 있다.

일본을 제치고 정보기기 수출 2위 자리에 올라선 싱가포르와 대만의 경우 정보기기산업을 주요 수출전략 산업으로 육성한 결과, 생산액 대비 수출비중이 각각 1백54%, 1백18% 등으로 1백%를 넘어서고 있다. 즉 이들 국가는 정보기기산업에 대해 중점적으로 육성책을 펼침으로써 자국내 생산제품의 수출뿐 아니라 주변 개도국과의 중개무역, 일부공정을 특화해 가공, 조립하는 가공무역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중국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의 정보기기 생산은 지난해 62억5천만달러로 전년대비 약 30% 가까이 급신장하면서 한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세계 시장점유율도 지난 90년 0.5%에서 지난해 2%로 확대됐으며, 특히 PC생산은 2백만대로 한국의 약 1백90만대보다도 많아졌다. 수출 또한 지난 95년 26억달러에서 33억8천만달러로 확대돼 한국의 54억2천만달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정보기기 산업은 홍콩의 중국반환과 함께 중국의 생산기술과 홍콩의 마케팅 노하우가 결합될 경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어 언제 한국을 추월할지 예측하기 힘든 형국이다.

정보기기산업계 관계자들은 『정보기기의 핵심기술과 부품중 상당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고 근본적으로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곤란한 현재의 제조환경에 비춰볼 때 싱가포르, 대만 등과의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질 것임은 물론 중국의 추격에도 대응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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