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의 돈더미를 불법으로 인출하려는 재무부 직원이 전세계 위치측정시스템(GPS) 위성으로부터 신호를 수신하는 단말기를 사용해 눈 쌓인 산자락에 있는 돈가방의 위치를 찾는다.」(클리프행어)
「비밀요원들에게 쫓기는 암살자 실베스터 스탤론은 택시에 설치된 수치지도를 이용한 차량항법장치(CNS) 단말기를 이용, 가장 가까운 택시회사를 찾아내는 데 성공해 그를 쫓던 정보국 요원들의 집요한 추적을 따돌린다.」(어새신)
「재난구조 본부에 설치된 화면은 화산폭발에 따른 각 지역의 재난발생 사태를 사진과 지도상 위치로 연계시켜 각 지역별 재난상태를 신속정확하게 보여주면서 구조본부의 상황판단을 이끌어 낸다.」(볼케이노)
클리프행어, 어새신, 볼케이노로 이어지는 최근 영화가 보여주는 이러한 상황은 GIS기법을 활용하는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 영화속의 장면들이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모습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95년 5월 국가지리정보 차원의 NGIS 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2002년 이후에는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과 활용능력을 가진 국가로 만든다는 야심찬 계획을 수행중에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영화에서 나타난 상황들이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다가오도록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클리프행어에서 등장한 것과 같은 GPS 위성수신기는 우리나라 연안의 어로선박들도 스스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또 CNS용 소프트웨어 및 단말기들은 올 중반 쌍용정보통신, 현대전자 등에서 상품화했으며 내년에는 삼성전자도 이에 가세할 예정에 있는 등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보급 및 활용이 가시화 시점에 와 있다.
자동차부품연구원(KETI)은 통산부 G7 과제의 일환으로 CNS 수치지도를 제작하고 있으며 국립지리원도 NGIS 구축을 위한 수치지형도 제작을 내년 말까지 완료하게 된다. 내무부는 지난해부터 국가안전관리시스템 구축 계획에 따라 시범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 광주, 창원, 울산, 부산, 여천, 군산, 태백, 성남, 인천, 서울 등 전국 10여개 도시들이 도시정보시스템(UIS: Urban Information System)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대한지적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안전협회, 민간 가스공급 업체들도 각각 시설물의 효율적 관리 및 유지보수를 위해 GIS 기법의 도입 및 이의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GIS 구축작업의 내용은 이같은 지상 및 지하의 시설물 관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항측, GPS 위성신호 활용, 원격탐사(RS) 위성데이터 수신 및 분석, 활용 등으로까지 그 범위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농작물의 생육상태 관찰 및 삼림의 분포상태 파악, 군사적 활용, 생태변화 및 수질오염 변화측정, 해상에서의 오염확산 예측, 기상예보를 위한 보조자료로까지 사용되고 있다. 최근 발생한 인도네시아 밀림지역의 산불도 원격탐사 위성의 데이터를 GIS 프로그램으로 이미지화해 산불의 진행방향과 속도, 피해상황 등을 확인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GIS를 이용해 선거상황을 즉시 보여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캐나다의 경우에는 원격탐사위성과 지상기지국, GIS를 연계하는 체계를 갖추어 북극의 결빙 정도를 파악하고 이를 해운 및 어업에 적극 활용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러한 GIS의 활용은 지난 60년대 이후 캐나다를 비롯, 북미지역에서 불어닥치기 시작한 컴퓨터를 이용한 지형공간데이터 관련 연구의 급진전에서 비롯된다.
과거 종이지도상에 표현되었던 다양한 정보들을 저장시켜 나가는 방법들이 발전되어 갔고 이는 과거 측량으로 지도상에 표현되었던 단순한 정보를 종합하고 분석해서 인간생활을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전개시켜 나가도록 해주었다.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GIS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들 은 이미 GIS를 활용해 효율적 도시행정 추진과 자원, 환경에의 활용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 또 중국을 비롯해 홍콩,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서의 GIS 구축도 도시를 중심으로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지리정보시스템(GIS), 또는 지형공간정보시스템(GSIS)으로 불리는 정보시스템 산업은 오늘날 시스템통합(SI) 산업의 핵심에 자리잡아 정보산업의 꽃으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난 8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도 GIS 구축방법에 대한 연구가 본격 도입됐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더이상 단순한 텍스트 데이터만으로 구축 운영되던 기존 전산시스템으로 사회제반 분야의 효율화를 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또 기존 텍스트 기반의 시스템이 점차 GIS기법을 도입한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가스시설물 관리시스템 구축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종이도면 또는 캐드시스템을 이용한 종이도면 산출물과 텍스트가 연계성을 가지지 못했으나 이제는 모니터를 통해 수치지도상에 하나의 연계된 모든 정보를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통계청의 통계데이터 처리방식을 보더라도 수치지도상에서 전용 프로그램으로 데이터를 구성해 통계를 좀더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GIS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각 지자체의 도시정보시스템(UIS) 구축사업은 이미 선거공약이 된 지 오래일 만큼 표면적으로나마 일반인들에게 친숙해져 있다.
최근에 SI산업에 새로이 참여한 대기업 계열의 SI업체들이 중소 GIS업체들을 아웃소싱 업체로까지 삼아가면서 GIS사업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이같은 배경에 기인한다. 올해 1천7백억원의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GIS산업은 향후 10년새 1백배 성장을 예측하는 전문가도 있을 정도로 발전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다.
그러나 GIS산업 발전에 있어서의 몇가지 걸림돌은 여전히 남아 있다. NGIS에 지원돼야 하는 투자규모는 제쳐 두고라도, 향후 이 산업 발전에 있어서 기업체의 영세성이나 전문인력의 부족 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중 하나로 지적된다.
선진국에 비해 늦을 수밖에 없는 이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1백여 관련업체중 용역에 의존하는 소형 소프트하우스 성격의 기업들이 70%에 가까울 정도로 기업들이 영세한 것이 현실이다. 전문인력은 NGIS 계획에 의해 착실하게 양성되고 있지만 아직 신공항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외국의 기술에 의존해야 할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가스폭발 사고 때만 반짝하는 이 산업분야에 대한 관심을 가질 정도로 GIS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부족하며 이에 따른 기술 및 인력부족, 고질적인 최저가입찰방식 등도 빼놓을 수 없다.
또 좀더 근본적으로는 좌표계 확립의 문제, 지형공간 데이터와 관련한 제반 법제도 정립, 전문인력 양성, 독자적인 SW확보 노력 등을 포함한 기술력 확보, 세계적 GIS 관련기구 및 단체와의 다양한 협력관계 확보 등의 과제도 남아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 유명 GIS SW개발사들이 대부분 국내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태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비중이 극히 미미한 데도 이처럼 세계 GIS업계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다.
그 배경에는 『모든 정보화 추진과정에서의 GIS 기술활용은 필연적이며 컴퓨터 관련기술도 자연히 이를 뒷받침하는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에서 GIS가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GIS산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인터넷과 객체기술 등이 포함된 최첨단 요소기술의 확보 및 기술개발이 절대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지난 95년 중반 시작된 NGIS는 우리나라도 국가 차원에서 최첨단 기술산업인 GIS분야를 육성해 첨단 정보사회를 앞당기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작돼 하나 둘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GIS를 통해 사회 전반에서의 업무효율화, 행정능률화 등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단을 마련하고 예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민간분야에서도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과 이를 활용한 기업단위의 GIS 활용에 눈을 떠가면서 그 활용범위를 단순한 지도상의 분석 등 기본 업무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시설물 관리 위주의 기존 구축방향에서 범위를 넓혀 교통, 상권분석, 물류산업은 물론 농업, 임업, 재난관리 등을 지원하는 혁신적인 도구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NGIS 구축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정부 관계자들이 『21세기 정보산업 사회에서 우리가 초고속 정보통신망에 띄울 수 있는 유용한 정보는 GIS 데이터가 대부분이 될 것』이라고 예측할 정도로 이 분야는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사업에 GIS 구축과제가 다수 포함된 것도 이를 반영하는 것에 다름아닌 것이다.
GIS기술은 인터넷, 컴퓨터, 원격탐사 기술 등을 포괄적으로 연계하는 종합산업으로서 세계를 더욱 더 가깝게 만들면서 정보소통과 지식공유의 세계를 앞당겨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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