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반도체사업 참여 의미]

그동안 노출을 자제하면서 물밑 작업을 계속해왔던 동부그룹이 마침내 반도체 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반도체 경기의 하락과 대만 업체들의 대대적인 시장 참여와 맞물려 국내 전자업계에 뜨거운 논쟁을 불렀던 동부그룹의 반도체 사업 참여로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85년 삼성전자의 64KD램 양산 이후 약 12년여만에 4사 체제로 전격 전환됐다.

동부그룹의 반도체 사업 담당하게될 동부전자의 한신혁 사장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은 예상외로 기술제휴선인 미국의 IBM이 내놓은 보따리가 크다는 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부와 IBM의 계약은 대체로 ▲메모리 반도체의 디자인 및 제조 기술 이전 ▲동부가 생산한 제품의 IBM 구매 ▲차세대 반도체 기술의 공동 개발 협의등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기술 이전의 내용과 관련, 동부측은 『받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받아냈다』는 입장이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공정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트렌치 구조」기술과 「CMP공정」기술을 전수 받기로 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IBM을 비롯한 세계 유수의 반도체 업체들이 96년 개발한 트렌치 구조기술은 반도체 칩의 크기를 최소화할 수 있고 고수율과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차세대 공정기술로 2백56MD램 이상급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로직등 비메모리 부문에도 즉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산업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와함께 IBM이 현재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1백28MD램 디자인 기술 이전도 적극 추진키로 한 것과 상당규모의 기술 및 자금지원이라는 약속을 받아낸 것도 적지 않은 수확이라는 분석이다.

동부가 삼성, LG, 현대 등 반도체 3사가 굳게 뿌리를 내린 D램 시장에 진입하면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이같은 다소간 파격적인 기술이전 내용 때문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또한 기술이전외에 생산제품의 상당량을 IBM측이 구매한다는 확약을 계약서에 명시함으로써 후발업체의 부담을 최소화했다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이와 관련, 한사장은 『사업 진입 초기에 안정적인 제품 공급처를 미리 확보해 시장 개발의 부담을 덜었으며 동부가 생산한 제품에 대한 IBM의 품질인증 효과를 통해 시장 개척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BM으로서도 동부를 파트너로 잡은 것에 매우 만족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선 시장잠재력이 높은 아, 태지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다는 기본 전략을 달성하면서 지멘스나 도시바등 트렌치구조 기술을 공동개발한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교두보를 구축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동부가 2백56MD램 생산에 성공할 경우, IBM이 기가급이나 비메모리 분야로 협력 범위를 넓힐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 우려하는 자금동원능력 부족에 대해서도 동부측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IBM측이 장비 지원의 형태이기는 하지만 상당 수준의 자금지원을 약속하고 있고 이미 미국의 첨단장비 리스업체 2개사가 3억 달러 규모의 리스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영국과 독일의 투자은행 및 일본의 종합상사와 은행으로부터 총 5억5천만달러 규모의 공급자 신용(Supplier s Credit)를 이용한 장비도입 금융을 확보, 반도체 부문의 총 투자규모인 2조원 조달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공장의 정상적인 가동과 사업성 부문이다.

현재의 일정대로라면 내년 말까지 공장에 소요되는 모든 설비 공사를 마무리하고 99년 초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는 게 동부의 계획이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99년부터 월간 8인치 웨이퍼 기준으로 3만장 수준의 생산량을 확보하고 2001년부터는 3만6천장 이상으로 늘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동부측은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와 컨설팅회사인 미국의 AT커니사에 의뢰했던 사업타당성 평가 결과가 대단히 긍정적이었다는데 고무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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