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부품 수입 유통업체들의 「고통」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부품유통업체는 최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환율에 앉아서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원화환율이 달러당 8백30원대에서 올해는 9백60원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재고 부담을 우려해 선물환거래를 하고 있는 부품수입 유통업계로서는 그야말로 말한마디 못하고 앉아서 수억원씩 피해를 보고 있다.
부품수입 유통업계의 고통은 비단 환율폭등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자산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수입되기 시작한 부품은 그레이마켓(밀수시장)에 시달려야 했다. 외국 부품업체와 공식경로를 밟은 대리점들로서는 막지 않으면 안될 물꼬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환율폭등과 함께 정식으로 수입된 제품 가격이 높아짐에 따라 밀수시장 제품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그레이마켓에서 흘러든 제품 가격은 쌀 수밖에 없다. 세금을 물지 않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원가절감을 이루려는 세트업체로서는 좀더 가격이 싼 제품을 선호하고 그레이마켓은 점점 세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여기에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리마킹」은 혼란한 시장을 더욱 어지럽게 하고 있다. CPU의 경우 해마다 리마킹 제품이 적발되는가 하면 현재도 고, 저가를 막론하고 심심찮게 리마킹 제품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부의 무역수지 적자보전책으로 수입억제가 대두되면서 컴퓨터부품 전 아이템에 대한 원산지표시가 강화되면서 통관이 지연되고 있는 것도 수입부품 유통업계의 어려움으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수입부품 유통업체들은 우선 「급한 불 끄기」에 나섰다. 우선 환율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업계는 이 전쟁을 자신들만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골리앗과의 싸움으로 단정하고 있다. 제품 순환을 빨리해 환차손을 줄이려는 노력을 해보지만 수입기간에 따른 환차손은 어쩔 수가 없다.
아직까지 환율상승으로 인한 업체 부도는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최근 불황 여파를 못이겨 한달 들어 H전자와 인텔CPU 등을 공급하던 R전자 등이 부도를 내고 쓰러졌다.
수입부품 유통업체 S전자의 한 관계자는 『경기침체 여파로 환율이 상승하고 환율상승으로 업체들이 부도나는 「악순환 고리」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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