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전자 사태로 본 오디오산업의 현주소

최근 해태전자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오디오 산업이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대기업에 오디오를 공급해오던 중소기업들의 연쇄부도 사태와 WTO출범을 계기로 본격화된 외산 오디오의 수입 급증 및 오디오전문업체들의 경영악화 등 잇따른 악재로 인해 한때 국내 전자제품 수출을 견인해왔던 오디오산업의 명맥이 끊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있게 흘러 나오고 있다.

특히 현재 오디오업계가 맞고 있는 위기가 지난해부터 오디오업체들 스스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구노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적으로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에 상황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

국내 오디오업계는 지난해부터 판매부진으로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했다. 대다수 업체들이 저가 외산 오디오의 수입급증으로 국산품 판매가 저조한 것에 대응해 국내생산을 포기하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이전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일부 업체들은 적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몸집 줄이기에 들어가 감원 및 신규투자 보류 등의 고육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의 이같은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사업환경이 좀처럼 개선되기 보다는 더욱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의 오디오 브랜드인 인켈을 인수해 오디오 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됐던 해태전자가 사업을 개시한 지 정확히 1년만에 부도 처리됐다는 것은 현재 오디오업계가 맞고 있는 현재의 위기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반증해주는 좋은 사례다.

사실 지난해 해태전자가 인켈을 인수해 오디오 사업에 본격 참여할 때만 하더라도 업계 관계자들은 해태가 인켈에 대한 자금지원을 통해 적극적으로 오디오사업 확대를 추진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국내 오디오산업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졌던 해태전자가 법정관리를신청함에 따라 해태전자뿐 아니라 국내 오디오 산업을 이끌어가는 대기업들의 상당수가 오디오 사업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아남전자가 내년초를 목표로 아남인스트루먼트(舊 아남정공)와의 합병을 추진하거나 롯데전자, 한국샤프, 태광산업 등 오디오전문업체들이 사업확대 보다는 인력감축이나 조직개편 등으로 내실다지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남전자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재의 사업 환경으로는 밀물처럼 밀려드는 저가 외산 제품들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다』며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엔드 오디오나 홈씨어터 분야에 대해 투자를 확대하려면 다양한 방법으로 투자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룹 계열사간의 통폐합 작업을 시사했다.

이같은 상황은 오디오전문업체들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올들어 오디오 사업에 대한 기본 전략을 재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생산라인을 완전히 없애고 중국공장 체제로 오디오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으며 하이파이 오디오 및 카오디오사업을 포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역시 비용절감 차원에서 오디오 사업부를 구로동 공장에서 LG전자의 멀티미디어 사업본부인 평택으로 이전할 계획이며 이를 계기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카오디오 사업은 점차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으로 헤드폰 카세트나 중국산 미니컴포넌트 등 특정 품목만 집중 육성해 오디오사업을 특화시켜 나간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번 해태전자의 법정관리신청을 계기로 국내 오디오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거와 같은 소극적인 자구노력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오디오산업 전반에 걸친 대변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디오업계 스스로 오디오산업이 단순조립산업이라는 그동안의 고정관념에서 탈피, 과감한 기술투자가 필요한 첨단산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디오 산업을 이대로 방치해두면 결국 국내 업체들이 모두 오디오 사업을 포기해 산업기반의 뿌리가 뽑히게 된다』며 『당장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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