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이 한국유리로부터 한국전기초자의 지분을 인수키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한국전기초자 주식의 공개매수를 지난 1일 신청, 사실상 한국전기초자를 인수하게 됐다.
대우는 한국유리로부터 한국전기초자 지분 24.99%를 인수할 예정인데다 계획대로 공개매수를 마무리하면 한국전기초자 주식의 51.13%를 보유, 이 회사의 최대주주가 된다. 한국전기초자의 주요 주주로는 일본의 테크노그라스가 있지만 지분이 10.7%에 지나지 않는다.
대우의 한국전기초자 인수설은 몇년 전부터 업계와 증권가에서 흘러나왔다.
대우전자와 대우통신, 오리온전기를 통해 TV와 모니터 및 이의 핵심부품인 브라운관을 수직 계열화한 대우그룹은 브라운관용 핵심부품인 유리벌브마저 수직계열화하고자 하는 의도를 그동안 노골적으로 드러내왔기 때문이다.
화제가 됐던 대우전자의 톰슨멀티미디어 인수 무산도 실제로는 톰슨이 보유하고 있던 브라운관용 유리벌브사업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됐다.
대우는 애초 국내에서 유리벌브사업을 시작할 욕심이었으나 기존업체인 삼성코닝과 한국전기초자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우는 이 때문에 국내보다 환경이 유리한 해외에서 유리벌브사업을 개시하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 2년전 대우전자내 G프로젝트팀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배순훈 회장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매각방침을 밝힌 톰슨멀티미디어의 인수라고 판단, 마침내 지난해말 인수에 성공했으나 프랑스 국민들의 반발로 매각결정이 철회되는 사태까지 겪었다.
대우는 톰슨멀티미디어 인수 실패에도 불구하고 G프로젝트팀을 통해 독자적으로 프랑스에 유리벌브 공장을 건설키로 하고 지난 6월 착공식을 가질 정도로 이 사업에 집요하리만큼 욕심을 가져왔다.
이런 대우에 한국전기초자 인수는 톰슨멀티미디어 인수실패의 아픔을 딛고 아킬레스건인 미비된 기술의 확보와 국내에서 직접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최고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국유리그룹에서는 유리벌브사업이 지난 몇년간 쾌조를 누리는 바람에 한국전기초자가 그룹의 주수익원이 돼주었기 때문에 대우의 인수 제안에 상당히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불기 시작한 세계 브라운관 시장의 공급과잉사태가 유리벌브시장에까지 파급되면서 한국유리의 확고한 입장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용해로를 증설, 생산능력을 배가한 한국전기초자는 갑자기 닥친 시장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상반기 적자로 돌아섰으며 이는 한국유리그룹에 크나큰 재정압박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국유리그룹은 지난해 대대적으로 인원을 감축하는 등 군살빼기에 나설 만큼 유리사업에서 최대의 고비를 맞고 있는데 한국전기초자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그룹이 위기에 직면하자 그룹을 살리기 위해서는 매각가치가 높은 한국전기초자를 팔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공개매수와 매각결정은 대우와 한국유리 회장단들간의 전격적인 합의로 이뤄졌으며 실무진조차 너무나 갑작스런 결정이라고 놀랄 정도로 비밀리에 신속하게 결정됐다는 후문이다.
대우는 시장상황 덕분에 한국전기초자의 전격적인 인수로 쾌재를 부르게 됐으며 한국유리는 가장 애지중지해온 계열사를 투자시기의 실수로 어쩔수 없이 매각하는 아픔을 겪게 됐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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