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전자화폐시대 본격 도래

전자화폐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종이 돈 대신 카드 한 장으로 모든 거래를 처리할 수 있는 전자화폐가 실제로 캐나다의 한 소도시에서 시험중에 있어 종이 돈이 사라질 날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을 가능케 하고 있다.

전자화폐를 시험하고 있는 곳은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겔프. 영국계 금융서비스 전문기업인 몬덱스 인터내셔널사가 주관하고 있는 이번 전자화폐 시험을 통해 약 7천5백명의 이 지역 주민이 이 카드를 소지하게 됐고 카드에 저장돼 있는 돈만 해도 약 1백만 캐나다달러에 이르고 있다.

몬덱스사는 당초 8천∼1만명 수준의 시험을 계획했다. 캐나다에서 10개의 금융기관을 소유하고 있는 몬덱스사는 지난해 11월 이 사업을 시작한 이후 캐나다 최대의 도시 토론토에서 40마일 정도 떨어진 인구 9만5천여명의 이 소도시에서 최종 시험하기로 결정했다.

스마트카드는 외형상 공중전화카드와 거의 같다. 다만 스마트카드에는 마이크로칩이 내장돼 있어 현금가치를 확인해줄 뿐만 아니라 한번에 1천달러까지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몬덱스사는 앞으로 시내버스, 공중전화, 유료주차장, 자동판매기, 레스토랑과 같이 대중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도 전자카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내년에는 이러한 서비스를 캐나다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몬덱스사는 95년 7월 영국 스윈던에서 이미 전자화폐의 첫 시험을 시도한 바 있는데 그 곳에서는 1만3천여명의 카드 소지자와 7백개 정도의 점포가 참가했다.

이번 시험에 참가하고 있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농산부의 관계자는 『돈을 계산할 필요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없다』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나 모든 주민이 이용을 희망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상점에서는 아직까지 종이돈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 스마트카드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포상인은 『아직은 전자화폐 사용자가 많지 않다. 하루에 3∼10명 정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편리하면 많이 쓰게 될 것』이라고 밝힌다.

이처럼 많은 주민이 호감을 가지고 있어 생각보다 빠른 시간 내에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번 카드를 놓고 몬덱스사로서 가장 어려웠던 문제 중 하나는 카드 사용잔액을 어떻게 기억시킬 것인가 하는 방법이었다. 몬덱스사는 계산인식을 할 수 있는 기기를 카드에 삽입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기기가 삽입됨으로써 잔액은 물론 이전 10회 까지의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전화카드와 달리 스마트카드는 무한대로 입금이 가능하다. 칩이 내장된 몬덱스카드는 중앙 네트워크와 연결이 필요한 신용카드와 달리 거래에 필요한 모든 사항이 카드 자체에 내장돼 있다.

잔액은 현금입출기(ATM)에 그대로 옮겨진다. 거래시에는 TV 리모트컨트롤과 비슷하게 생긴 기기에 카드를 삽입하면 거래내역이 기록된다. 갖고 다니기 편하게 만들어져서 택시나 피자 배달시에도 이용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이 때문에 부모와 자녀간에도 거래를 쉽게 할 수 있어서 종이돈의 대리역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현재 캐나다 은행들은 이 카드 사용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은행계좌에서 스마트카드로 돈을 옮길 경우에는 45센트∼1달러까지 수수료를 받고 있다. 지난달부터 벨캐나다사는 카드 소지자가 전화로 계좌에서 돈을 옮길 경우 75센트를 수수료로 징수하고 있다.

현재 시험중인 겔프는 아주 조용한 소도시이기 때문에 강도나 사기같은 범죄의 우려는 없다. 그러나 만일 뉴욕같은 곳에서 사용된다면 사용에 안전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이 카드는 소지자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돼 있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분실할 경우 별다른 대책이 없다.

전자화폐는 겔프에서뿐만 아니라 미국 뉴욕 일부 지역에서도 소규모로 시험 중이다. 뉴욕에서의 스마트카드 프로그램은 몬덱스사와 시티뱅크, 체이스맨해튼은행, 비자USA사가 함께 참여해 합작 형태로 진행중이다. 체이스맨해튼은행과 시티뱅크는 앞으로 뉴욕의 북서지역에 약 2만5천명의 카드 소지자를 확보해나갈 계획이다.

시티뱅크 고객들은 이미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 시험된 바 있는 「비자 캐시(Visa Cash)」라 부르는 비자 버전의 스마트카드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몬덱스사가 갈 길은 아직 멀다. 이 회사의 데이비드 브로트씨는 『사람들에게 종이돈 대신 이 전자화폐를 사용하도록 설득하는 문제는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일부 사람들은 아직도 종이돈을 신봉하고 있다』고 말한다. 뉴욕에서는 이 전자화폐로 현재의 ATM과 은행카드도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첨가시킬 계획이다.

아무튼 몬덱스사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전자화폐 시험은 2000년대에는 크게 달라져 있을 미래 인간생활에 대한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시카고=이정태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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