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주변기기 부품 유통업체 「환율과의 전쟁」

컴퓨터 주변기기 및 부품유통업체들이 연일 계속되는 환율폭등으로 수입원가가 인상됨에 따라 외산제품의 수입을 전면중단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달러에 대한 환율폭등으로 전자제품의 수입단가가 크게 인상되면서 그동안 외산 주변기기 및 부품을 대량으로 수입, 판매해오던 유통업체들이 환율인상에 따른 단가 인상분 반영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그래픽카드, 모니터 등의 상당량을 대만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컴퓨터 주변기기 유통업체들은 이들 제품의 마진이 적은데다 달러화 인상으로 오히려 손해가 예상되는 등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최근 국내 컴퓨터 시장경기가 침체일로에 있어 가격인상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또 외산부품을 수입, 판매하는 업체들도 선물환거래에 따라 이미 정해진 가격을 다소 인상하거나 매입, 매도의 순환을 급진전시켜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을 줄이고 있긴 하지만 환율폭등에 대한 피해를 줄이지는 못하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컴퓨터 주변기기 및 부품업체들은 가격인상을 검토하거나 환율이 내릴 때까지 수입을 중단하는 등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에 위치한 B사의 경우 올 상반기부터 단가 2백30달러짜리 대만산 3D 그래픽카드를 수입해 22만원에 판매해 왔는데 이후 지속적인 달러화의 급등으로 제품판매 가격을 24만원으로 인상해야 어느 정도 마진을 보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현 상황을 고려해 가격인상 시점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산 모니터를 수입하고 있는 P사는 이보다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 회사는 모니터 1대당 8백40달러에 수입해 올해 초부터 76만원씩 판매해왔으나 현재는 도입가격이 판매가격보다 훨씬 높은 81만원에 달해 재고분만 소진되면 당분간 수입을 중단할 계획이다.

해외벤더로부터 전자부품을 수입, 유통하고 있는 S사는 지난 9월 중순 달러당 9백원대에서 수요처로부터 주문을 받아 미국 벤더에 선물환 공급을 요청했는데 최근 9백60원대까지 환율이 치솟아 정상마진은 차치하고 2억6천만원 정도의 마이너스 이익을 보게 돼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환율이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당분간 해외수입을 자제하는 한편, 매입, 매도의 순환을 예전보다 빨리하고 이미 받아놓은 주문가격을 다소 인상하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수입 통신부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또 다른 S사도 최근 급격한 달러환율 상승으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환율상승 추이를 파악해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다.

부품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입부품 유통업체들에게 환율상승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레이마켓, 세금과의 싸움에 이어 환율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형편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다.

<이경우·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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