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기용품 형식승인(이하 형식승인)제도를 전면 개정키로 확정함에 따라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이 제도가 이번 대폭적인 수술을 통해 어떤 모습으로 거듭날 지에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세부 추진안이 결정된 것은 없지만 형식승인 업무를 주관하는 통상산업부는 관련법규인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을 전면 개정, 빠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바뀐 법에 따라 제도를 운영할 방침이다.
일본의 관련제도를 모방한지 24년여만에 인증체계의 대전환을 맞은 이번 통산부 형식승인제도 개정에 관한 내부 방침의 골격은 일단 인증 주체의 민간 이양과 단순히 형식적인 승인에 그쳤던 승인 자체를 국제적인 추세에 따라 안전마크화로 변경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인증 주체의 민간 이양과 관련, 통산부의 방침은 확고한 듯하다. 이는 현재 통산부 산하기관인 국립기술품질원이 전담하고 있는 형식승인 승인심사권을 민간기관에 모두 이양하겠다는 것으로 그동안 형식승인제도의 불합리가 바로 정부인증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물론 민간이양의 주체가 순수 민간 기관이냐 아니면 정부투자 민간기관이냐에 따라 상황은 약간 달라지겠지만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의 추세가 그렇고 실질적인 승인의 탄력적인 운용 관점에서 본다면 민간이양 제체만으로도 의미는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형식승인의 안전규격화도 대수술의 신호탄으로 간주할만하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우리나라 형식승인은 그동안 사실상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기용품의 소비자안전을 담보하는 유일한 방패였음에도 불구, 대상기기에 포함된 3백개품목에만 제한적으로 적용돼왔다.
이로인해 설사 제품사용시 안전문제가 크더라도 법에 명기된 형식승인 대상기기가 아니면 아무런 제약없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부작용을 양산해왔다. 반면 UL, CSA 등 외국의 경우는 특정 품목의 형식승인이 아니라 안전규격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속에서 안전에 문제가되는 모든 제품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통산부가 형식승인 자체를 외국의 경우처럼 「안전마크」로 개념을 확대한다는 것은 기존 나열식 형식승인대상품목 체계의 대수술을 의미하는 것이란 점에서 앞으로 세부적인 시행규칙, 절차 등의 대폭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형식승인 제도개정방침에도 불구, 현재 국내에는 각종 규격인증 체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데다 이를 대폭 수술했을때 생길 수 있는 정부 및 관련업계의 파장이 적지않을 것으로 보여 과연 형식승인의 해묵은 모순점들이 얼마나 풀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인증 주체의 민간이양과 안전마크 개념 도입으로 이제 형식승인제도가 도마위에 오른 만큼 각계의 이해득실에 따른 다소간의 불협화음이 불가피하더라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수술을 가해야 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수렴과 외국의 사례수집, 관련 공청회 개최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전기전자제품의 규격인증이 통합화되는 추세』라고 전제하며 『이번 형식승인제도 개정이 전자파규격, 안전규격, 통신규격 등 따로국밥식으로 운영되는 국내 관련 규격체계의 흐름을 국제적인 방향으로 돌려놓는데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중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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