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의 대기업들이 잇따라 영화관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대우, 벽산, 롯데, 선경 등 기존 영화관을 임대운영해온 그룹들을 비롯해 제일제당의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체인망 구축계획, 삼성의 영화관 건설, 현대(금강기획)의 명보극장 임대계획 및 「씨네플러스」 개관준비, 신동아그룹의 「씨네코아」 임대에 이르기까지 대기업들의 영화관사업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경기침체, 금융시장 위축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도 도미노 위기마저 일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대기업의 영화관사업은 의구심을 일으킨다. 특히 일각에서는 『영화관람 잠재수요의 한계, 하향곡선을 타고 있는 관람인원 수, 한국영화 제작편수의 감소 등을 감안할 때 「무리한 사업확장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우리나라 국민은 1년에 1인당 0.6 내지 0.7번 꼴로 영화를 관람한다. 지난 96년 말 기준으로 약 4천2백만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영화관람에 대한 관심과 경제적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장년과 어린이층을 제외할 경우 실질적인 관람인구는 1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좁혀진다. 이들이 1년에 3∼5번씩 영화관을 찾기 때문에 관객 저변이 빈약하고 따라서 급격한 관람인원의 증가도 기대하기 힘들다.
이같은 국내 영화시장 현황에 비춰 대기업들의 잇딴 영화관사업 진출은 앞뒤 재지 않은 무리수로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 대기업의 영상사업단 관계자는 『영화제작 및 외화 수입배급업으로 시작한 영화사업이 「전근대적인 국내 배급망」이라는 뜻하지 않은 장애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체 배급망(영화관)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내 영화배급망은 전국의 25%에 해당하는 약 1백30개 영화관이 소재한 서울지역과 지방으로 크게 나뉘어 있다. 영화관 규모 및 객석 점유율을 감안하면 서울은 40%에 해당하는 힘을 발휘하는데, 서울극장의 곽정환 라인이 가장 큰 배급라인으로 손꼽힌다. 지방은 해당지역의 중간도매격 배급업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아래에서 영화배급업자는 적지 않은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한다. 영화제작 및 배급업자들은 영화관의 홍보비를 부담해야 하는가 하면, 흥행실패로 인한 영화관측의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며, 개봉시점도 영화관의 뜻에 전적으로 맡겨야 한다. 영화상영 기간도 영화관주의 뜻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비디오판권, TV방영권 등을 증대시키기 위한 사후 마케팅에도 어려움이 많다. 실제 금강기획은 영화 「엠마」를 수입했으나 영화관측의 들쭉날쭉한 개봉계획으로 2억원 이상의 환차손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영화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은 자체 영화관 확보를 숙원사업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자체 영화관이 확보될 경우 안정된 상영기간 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전, 사후 홍보비 산정이 편리함은 물론 흥행수익도 누수없이 거둬들일 수 있다. 영화관 확보여부가 전체 영화사업의 핵심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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