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세계 기록유산과 정보화

李永成 서울시스템 대표이사 부사장

이달 초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의 승승장구 못지않게 반가운 또 하나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문화재가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우리의 문화유산이 인류 공동의 세계 문화재로 거듭 인정받았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민족은 세계를 향해 문화민족으로서의 자긍심을 한껏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과연 이로써 우리가 세계 앞에 문화 민족이라고 자부만 하고 있어도 좋을까. 과거 선조들의 찬란한 문화를 이어받은 상속자의 입장에서 우리는 이를 얼마나 소중히 간직하고 그 가치를 더 한층 빛내고자 노력하고 있는지 스스로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훈민정음은 지금도 우리 말, 글로 쓰고 있으니 새삼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만 조선왕조실록의 경우는 어떠한가. 물론 누구나 조선왕조실록이 조선 시대를 관통하는 그것도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방대하고도 상세한 역사기록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그러나 실록을 한번이라도 접해본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 것인가. 물론 이는 일반인들의 인식 부족만을 탓할 문제는 아니다.

실록은 전문이 한자로 기록되어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데다 그 국역본마저도 하루에 1백쪽씩 읽어도 전권을 다 읽으려면 자그마치 5년이 넘게 걸리는 엄청난 양이다.

따라서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한 우리의 고전 문화유산들이 오늘날에도 살아 숨쉬게 하기 위해서는 단지 이를 보존 관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고 발달한 첨단 컴퓨터 정보기술을 이용해 일반인들이 쉽게 접함으로써 친숙해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즉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CD롬이나 온라인으로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일례로 조선왕조실록만 하더라도 CD롬으로 개발됨으로써 조선 역사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정치사, 경제사, 문화사, 과학사 등 제반 분야의 연구가 비약적으로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고, 문학, 예술 등에서도 이를 이용한 많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으며, 나아가 국제사회에서도 한국학 연구가 크게 촉진되는 한편 우리의 기술력에 대한 홍보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은 엄청난 개발비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직접적인 투자 이익은 기대에 못미치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다. 따라서 이는 어느 누구보다도 정보통신업계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이 소명의식으로 갖고 추진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지만 한편으로 정부와 언론, 대기업 차원에서도 목적의식적인 적극적 투자가 더욱 절실하다고 하겠다.

바야흐로 정부지정 문화유산의 해인 1997년도 불과 두달을 남겨놓고 있다. 문화유산의 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난 한해 동안 무엇을 했는가는 새삼스레 묻지 말자. 이제는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가 더욱 중요한 때이고, 또한 1회성 행사가 아닌 장기적인 정책 마련이 더더욱 중요한 시기다.

대선주자들이 소모적인 정쟁을 제쳐두고 우리 전통 문화유산의 현대화, 정보화 방안을 앞다투어 제시하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그저 필자의 소박한 기대에만 그쳐야 할까.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