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미 네트워킹업계 「불황 안개 걷힌다」

미국의 네트워킹 업계가 부진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반적인 세계 경제의 불황 속에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재고 누적, 저가 경쟁 등으로 계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던 네트워킹 업계가 최근 들어 이들 요인이 개선되면서 다시 한 번 고공비행 채비를 갖추고 있다. 네트워킹 업체들은 무엇보다 일본 ·프랑스 · 독일 등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기에 접어든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경제가 회복되면 각국의 네트워킹 수요도 늘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들어 인터넷 저변이 확대되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나아질 경우 인터넷을 비롯, 기업용 인트라넷의 구축이 확대되면서 네트워킹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상반기에 네트워킹 업체들에게 영향력을 미쳤던 저가의 출혈경쟁 또한 개선되고 있다. 상반기에는 베이네트웍스, 스리콤, 시스코시스템스가 로엔드 스위치 및 허브 시장에서, 인텔이 패스트 이더넷 어댑터카드 시장에서 공격적인 제품가격 할인경쟁을 벌였다.

이같은 현상이 하반기라고 해서 완전히 사리지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자제 의사를 밝히고 있어 더 이상 제살 깎아먹기로 귀착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이밖에 업체들을 고무시키는 요인 중 하나는 기존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가경쟁 자제" 한목소리 네트워킹 업체들은 지난 상반기에 이미 제품을 내놓고 출발선 상에 선 바 있다. 레이어3 스위치와 라우터, 패스트 이더넷, 기가비트 이더넷, 고집적 스위치, 라우터 접속 집중기 등 네트워킹 전부문에 걸쳐 새로운 제품이 속속 출시됐다.

베이가 패스트 이더넷 스위치 「베이스택 350」을, 시스코가 라우팅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장비인 하이엔드 스위치를 내놓았다. 스리콤도 패스트 이더넷 「슈퍼스택Ⅱ 스위치 3000」을 출시했다. 이들 제품을 중심으로 각사 제품의 판매가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점이 업체들을 안도시키고 있다.

금상첨화로 일반 기업들의 정보기술(IT) 부문 투자패턴도 바뀌고 있다. PC와 소프트웨어 부문에 주로 비용을 투자했던 상반기와 달리 기업들이 속속 네트워크의 업그레이드에 나섬에 따라 이들이 새로운 네트워킹 수요를 불러 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코웬사는 특히 원거리통신망(WAN) 시장에서 광대역, 저가 솔루션의 통합이 네트워크의 업그레이드를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보였던 네트워킹 업체들의 이익이 하반기엔 회복될 전망이다.

『다소 개선이 있을 것』 혹은 『크게 나아지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실망스런 시기는 벗어났다』라는 업체 관계자들의 진단 가운데는 적어도 올 상반기에 보였던 바닥세는 앞으로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지난 9월말에 마감된 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네트워킹 업체들의 동향을 손쉽게 알 수 있다.

업체별로 3, 4분기, 4, 4분기가 되는 지난 분기에 스리콤과 케이블트론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는 WAN부문에서 저가제품 판매가 늘면서 전체 이익은 다소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영업 부문이 강세를 보여 전체 이익은 지난해는 물론 올해 초에 비해서도 훨씬 더 나아졌다. 다만 케이블트론은 제품생산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향후 성장의 향방을 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pH분기 성적 전반적 양호 상반기에 US로보틱스를 인수한 스리콤은 스위치, 허브, 인터네트워킹 제품, 원거리접속 제품 등의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4% 늘었고 네트워킹 인터페이스 카드, 모뎀 등 클라이언트 접속제품의 판매도 23%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스리콤의 US로보틱스 인수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스리콤은 내달 레이어3 스위치 「코어빌더 3500」을 출시할 계획이다.

시스코는 해외영업 부문 호조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1%의 성장을 기록했다. 「카탈리스트 5500」 스위치의 판매도 급증, 기대주로 부상하고 있고 최근 새로 내놓은 하이엔드 라우터 「GSR」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시스코는 이외에 음성과 데이터를 통합한 네트워크 솔루션을 올해 안에 발표키로 했다.

어센드는 다소 실망스런 3, 4분기를 보냈다. 원거리 접속 집중기 「MAX TNT」가 시장에서 부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부진이 계속되고 원거리 접속시장에서 시스코를 비롯한 US로보틱스의 공세에 밀릴 경우 어센드는 앞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을 전망이다.

베이는 제품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회사는 「베이스택 350」 스위치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올 하반기 허브 「시스템 5000」이 출시되면 많은 이익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어시스템스와 디지털링크는 지난 9월로 마감된 이번 4분기에서 순익이 다소 올랐다. 특히 디지털링크는 새로운 비동기전송모드(ATM) 접속 집중기 판매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네트워크제너럴은 유럽에서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해외사업이 안정세를 보여 약간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밖에 뉴브리지 네트웍스와 매지네트웍스는 하락세를 보였다. 매지는 신기술을 보유하고는 있지만 이를 제품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고 또 미국을 비롯한 각국 지사와 판매채널을 재조정하느라 아직은 준비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처럼 네트워킹 업체들은 3, 4분기에 각자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하반기를 도약의 시기로 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업체들의 시도가 성공을 거둘지 여부를 알게 될 때는 그다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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