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오만을 낳고 오만은 다시 무리한 욕심이나 무사안일을 초래, 실패를 자초한다.』
일본 니케이벤처가 「이런 회사가 부도난다」라는 책자를 통해 밝힌 기업부도의 방정식이다.
기업의 몰락은 오만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장에 집착해 무리하게 금융차입을 일으키면서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만한 경영을 하거나 정경유착에만 매달려 참신한 아이디어나 기술개발을 등한시 할 경우 기업은 한순간에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또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거나 관리를 허술하게 하는 등 무사안일한 경영관리하거나 창업자의 독선적 경영이나 무리한 부동산 투자 등도 기업을 도산으로 이끄는 원인이 된다. 이 모든 것은 오만이 불러온 자충수라는 것이다.
컴퓨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전문업체인 태일정밀이 최근 거래은행에 부도유예협약 신청을 냈다. 정강환 사장을 비롯해 관계사인 뉴맥스, 동호전기, 동호전자, 산경정밀 등 7개사 대표들은 부도유예협약 신청과 함께 이를 수용할 것을 전제로 경영권 포기각서까지 제출했다. 이에 따라 태일정밀은 현재까지 최종부도는 나지 않았으나 그동안 회사를 키워온 정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3년 설립된 태일정밀은 세계에서 세번째로 HDD를 개발, 14년만에 세계시장을 석권했다. 최근에는 중국 하얼빈시에 컴퓨터부품 제조회사인 쌍태전자실업유한공사를 설립하고 2차전지시장에 진출, 오는 2000년까지 전지왕국인 일본을 추월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했었다. 이런 회사가 7천억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은행으로부터 부도유예를 계속 적용받지 못할 경우 그 여파는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이 넘은 태일정밀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전반적인 경기불황에 따른 수요침체, 무리한 사업확장과 과도한 금융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쇠퇴기업이 몰락라는 과정을 그대로 밟고 있다. 세계적인 주변기기업체이면서도 HDD 이외에 부가가치 높은 첨단제품 개발을 소홀히 했다. 또 청주지역 민방사업에 참여하고 금융업 진출을 시도한 것도 그동안 컴퓨터 주변기기 사업에서 축적한 경험에 비춰볼 때 다소 무리였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태일의 부도유예 충격이 또 다른 교훈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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