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로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30인치 크기의 제품을 세계 처음으로 개발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TFT LCD업계의 확실한 리더로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됐다. 또 이는 TFT LCD산업과 나아가 평판디스플레이(FPD) 산업전반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95년 TFT LCD사업을 개시한 이후 업계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지녔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의 샤프사와 꾸준히 개발기술 우위경쟁을 펼쳐왔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21.3인치 크기의 고해상도 제품을 개발하자 샤프는 바로 며칠 후 28인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맞받아쳤다. 올해에는 샤프가 40인치를 개발했다고 먼저 선수를 치자 삼성전자는 30인치 개발에 성공했다고 응수했다. 두 회사의 자존심을 이번 경쟁에서 삼성전자는 우위를 지켰다. 삼성의 대화면 제품은 단일패널로 제작한 것이지만 샤프가 내놓은 제품은 2장 또는 4장의 패널을 붙여서 만든 일종의 유사품이다. 샤프가 TFT LCD의 대화면화를 위해 사용한 타일링이라는 새로운 기술-2장 이상의 패널을 붙이는 기술-은 하나의 대안은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SVGA급 이상 고해상도화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제품개발에서 뿐만 아니라 생산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공격적이다. 95년 3월 1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던 삼성은 96년말에 2라인의 양산에 돌입했으며 내년초에는 3라인의 스위치를 누를 준비를 하고 있다. 삼성은 사업을 개시한 지 불과 3년만에 업계 4위의 생산력을 갖추었으며 이 추세대로 간다면 99년에는 TFT LCD 시장점유율 세계 1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더욱이 삼성은 3라인을 도입할 때 과감하게 일본보다 앞서 3.5세대 규격을 채택,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샤프, 도시바, NEC 등 TFT LCD업계에서 내로라하는 강자들조차도 아직까지 3세대 이후 규격을 정하지 못해 3세대 규격 중복투자나 투자보류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삼성이 독자적으로 3.5세대 규격으로 설비투자를 한 것은 무모하게 비칠지는 모르지만 TFT LCD산업에서 반도체와 같은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고 보여진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행보속에 30인치 제품을 개발한 것은 15인치 미만의 노트북PC용 시장과 22인치 미만의 모니터용 시장에 이어 30인치 이상 AV용 시장까지 공략, TFT LCD로 FPD시장을 평정하겠다는 포부가 깔려있는 것이다.
30인치 이상 AV용 FPD로는 그동안 단연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PDP는 대화면화가 쉽고 휘도도 높기 때문에 AV용에 적합한 특성을 지녔으나 TFT LCD는 대화면화도 어렵고 휘도도 낮으며 시야각마저 좁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의 30인치 TFT LCD 개발을 계기로 이미 양산성을 확보한 TFT LCD업계가 대화면 제품을 잇따라 상품화한다면 FPD 사이의 이같은 영토분할은 무의미해질 가능성이 높다. TFT LCD는 이미 시야각문제를 거의 해결, 대화면화에 이어 휘도문제만 해결된다면 오히려 가격경쟁력이 PDP를 앞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독자개발한 대화면화 기술을 이용하면 40인치 이상까지도 만들 수 있으며 고휘도 기술만 연구개발을 통해 보강하면 PDP보다 싼 가격에 상품화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삼성의 30인치 TFT LCD 개발성공은 장차 FPD산업에 또 한차례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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