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외형 부풀리기와 그에 따른 만성적 자금압박이 태일정밀을 부도위기에 이르게 한 근본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그동안 태일의 경영상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태일은 창립이후 연평균 40%가 넘는 고도 성장을 해왔다. 90년대 중반부터 대대적인 사업확장에 힘입어 지난해는 8개 계열사와 합쳐 매출이 1조원에 가까운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경영구조는 갈수록 악화돼 왔다.
주력기업인 태일정밀과 뉴맥스, 동호전기, 중국 투자법인인 쌍태전자 등 4개사가 거둔 매출 총액은 92년 1천8백60억원에 불과했으나 96년에는 무려 7천4백억원으로 늘어 연평균 41.6%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매출신장에는 상당한 허구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매출 총액중 관계사 매출규모를 보면 같은 기간에 4백11억원에서 2천9백30억원으로 증가, 매출증가율을 훨씬 뛰어넘는 63%의 신장률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따라 이들 4개사가 96년에 관계사 매출을 빼고 순수하게 대외영업으로 거둔 매출액은 4천5백억원에 불과, 매출액의 40% 정도는 관계사간 거래에 의해 얻어진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태일의 영업내용도 사실은 크게 부실했다. 태일계열 4개사의 매출채권은 지난해말 기준으로 3천1백65억원인데 이중에 관계사 매출 채권을 제외한다 해도 2천3백여억원에 이른다. 매출액의 절반정도는 회수가 안돼 그만큼 부실채권이 많았다는 얘기다.
재고자산 역시 타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들 4개사의 재고자산은 실매출의 절반수준에 달하는 2천2백억원 수준으로 거의 6개월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JIT 도입으로 일반적으로 기업체들은 불과 1∼2개월의 재고만을 가져간다. 결국 이같은 영업부실과 재고누적은 자금압박으로 이어졌다. 매출을 올릴수록 자금난은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돼온 것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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